청주야구장은 비만 오면 '진흙탕'으로 변한다. 경기 취소여부를 떠나 선수들의 부상으로까지 이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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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야구팬들이 신났다. 시범경기를 포함, 5월 초까지 21경기가 청주야구장에서 치러지기 때문이다. 개장 이래 가장 많은 경기 수다.
첫 날인 17일은 그러려니 했다. 우천 취소는 어쩔 수 없는 일. 18일 참았던 열기가 폭발했다. 7천500석이 꽉 차며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첫 시범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열기는 금세 식었다. 엉터리 야구장 탓이다. 23일과 24일 우천취소가 결정적 이유였다. 24일엔 해도 너무 했다. 오전에 비가 그쳤음에도 취소됐다. 직접적 사유는 어이없게도 '그라운드 사정'이었다. 엉터리 배수시설은 가랑비조차도 흡수하지 못했다.
경기가 열린 날도 말썽을 일으켰다. 시범경기 첫 경기가 치러진 지난 18일, 한화 김태균이 수비 도중 넘어지며 발목을 다쳤다. 전날 내린 비로 땅이 미끄럽고 고르지 못해서였다.
김태균은 25일에도 넘어질 뻔했다. 같은 이유다. 보다 못한 한대화 감독이 나섰다. 도구를 들고 움푹 파인 땅을 골랐다. 김태균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 위험천만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른 선수들도 "프로 수준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국내 첫 게임을 치른 박찬호는 경기 후 이런 말을 했다. "생각은 했지만, 한국의 야구 시설이 이렇게 열악한 줄 몰랐다."
알려졌다시피 문학구장은 국내 최고시설이다. 이런 시설조차 메이저리거 출신인 그에겐 충격이었다. 박찬호의 두 번째 등판은 지난 21일 청주구장. 박찬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상상하기도 부끄럽다.
청주구장 시설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사고를 친다. 지난해에는 첫 경기부터 망신살을 뻗쳤다. 피처 플레이트(투수 발판)에서 이물질이 나왔다. 구장 관계자가 '망치'를 들고 와 마운드를 고르는 모습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전광판도 툭하면 고장이다. 2년 전엔 조명탑이 강풍에 무너졌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청주구장은 1979년 지어진 낡은 구장이다. 몇 차례 '땜질 보수'를 했지만, 선수와 관중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열악한 시설은 한화 선수단에겐 '홈 어드밴티지'가 아닌, '홈 핸디캡'을 주고 있다.
청주 팬들의 속은 이미 시꺼멓다. 청주시민인 자체가 부끄럽고 민망할 정도다. 온라인 상에선 이미 '죄인' 신세. 타 시·도 야구팬들은 청주구장과 청주시민을 조롱하며 온갖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청주=위험지역'이라는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공감을 샀다.
한화 구단은 4월과 5월 정규시즌 13경기를 청주에서 치른다. 5월11일 롯데 전을 마지막으로 청주를 떠난다. 청주구장은 그때부터 인조잔디 설치 등 개·보수 공사에 들어간다. 관중석도 7천500석에서 1만500석으로 늘린다. 올해 말까지 42억원을 투입한다.
옛 말에 이런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청주구장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분명한 것은 외양간을 고쳐도 소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 '홈 핸디캡'을 안고 싸우는 한화 구단이 과연 앞으로 청주구장을 찾을지 의문이다.
/ 최대만·임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