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이 '생태 재앙'이 되다, 음성 황새

2012.05.06 16:19:25

조혁연 대기자

음성 황새가 밀렵꾼 총에 희생된 것은 지난 1971년 4월이었다. 그 이전까지 음성 생극에 황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특종 보도한 신문은 동아일보였다.

'六·二五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황새가 다시 충북 음성군에서 서식하고 있음이 본사 천연기념물실태조사반에 의해 확인되었다.'-<1971년 4월 1일자>

당시 동아일보 특종은 한 독자의 제보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동아일보는 이 부분을 '이번 황새의 번식을 확인하게 된 것은 독자 윤용진 씨가 본보에 연재해 온 천연기념물 보호캠페인 기사를 읽고 자기의 고향에 황새가 있다고 본보에 알려와 본사 천연기념물 생태조사반이 두차례에 걸친 답사 끝에 황새를 촬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라고 썼다.

계속해서 동아일보는 '우리나라에 황새 번식지로는 충북 진천군 이월면과 음성 대소면이 천연기념물 황새번식지로 지정되었으나 이미 六·二五 이후 자취를 감추었고 다만 이곳 생극·금왕 일대에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라고 기술했다.

몇년후 한 언론인은 황새 특종기사를 소재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특종 순간의 희열이 잘 표현돼 있다.

'학계의 도움의 받아 그것이 (천염기념물) 199호임을 확인하고 촬영에 성공해서 사진특종을 보도한 것이 P기자였다. 한 쌍을 고스란히 한 장의 사진에 담기위해서 몇번 현장에 가서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렸다고 번번히 허탕만쳤던 P기자가 급기야 결정적인 순간에 회심의 셔텨는 누르는데 성공했다. 71년초였다.'-<경향신문 1979년 4월 18일자>

그러나 특종 보도가 황새부부, 나아가 한국 생태역사의 재앙이 될 줄은 당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음성 황새는 첫 보도 사흘 후 부부 중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희생됐다. 경향신문 뒷부분에 이런 내용이 이어진다.

'특종을 보도하면서 충북 음성군 이하는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 아귀떼가 몰려 닥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배려도 보람없이 얼마 안 있다가 뜻밖에 수놈이 무자비한 총에 맞아 숨졌다. 올봄도 나타나 무정란을 품고 있는 과부황새. 그런 기사에 남달리 가슴쓰린 어떤 사진기사가 있다.'-<경향신문 1979년 4월 18일자>

혼자된 황새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관심은 명칭 변화로도 읽을 수 있다. 처음에는 '과부 황새'로 표현했다. 그 기간이 10년을 넘어서자 '수절 황새'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그리고 나이를 더 먹자 '깃빠지고 힘없이 날아', '무정란 깨버리기도', '절손 위기' 등의 제목이 등장했다.

'음성 황새도 평균 수명을 다 채운 셈인데 이 때문인지 지난해부터는 자신이 산란한 무정란을 부리로 찍어 깨버리는 노망기를 보이더니 올봄부터는 깃이 많이 빠지고 힘없이 나는 모습이다.'-<동아일보 1982년 9월 16일자>

당시 음성 황새는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서 보살핌을 받고 있던 때였다. 동아일보는 이런 황새를 '기다림에 지쳤나', '무정란마저 단산 2년째', '인공번식 막혀 텃황새 멸종위기'(1985년 7월 8일자) 등의 내용으로 그 동태를 기사화했다.

그러나 음성황새는 생각보다 훨씬 장수해 1994년 죽었다. 신문은 기사로 출발하지만 그것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기자는 현대판 史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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