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 전충북예총회장 추모사

2012.05.09 16:51:47

김승환

전충북민예총회장/충북대교수

여기 평생을 충북의 언론과 문화예술을 위해 살다 간 분이 계시다. 선생의 높은 인품은 충북사회에 회자(膾炙)되고, 온화한 미소는 충북인들의 모범이 되며, 너그러운 언행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누구나 피안의 강을 건너는 것은 운명이지만 아득하고 망망하여라, 그리운 우영 선생! 수암(水岩) 우영(禹濚) 선생은, 1935년 충북 괴산군 사리면 수암에서 태어나, 민족해방과 6·25의 환란을 겪었으며, 명문 사학 대성학원의 청주상고와 단국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이후 1961년 충청일보에 입사했고, 1980년 청주문화원장, 1983년 충북예총 회장 등 여러 소임을 다했다. 또한 충북지역개발회, 중원문화재연구원, 청주방송 등에서 봉사하면서 남다른 인품과 고상한 덕망을 보여준 바 있다.

2012년 4월 30일, 무정한 하늘 사자(使者)는 선생을 호명(呼名)하였다. 이에 선생은 온화한 미소 머금고 사자를 따라 나섰다. 우리는 황급히 선생의 의복을 들고 목 놓아 초혼가(招魂歌)를 불러보았으나 무심하여라 천명의 이치여, 준엄하여라 명부의 명령이여, 선생은 마침내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우리는 옛 시인의 '유생필유사(有生必有死), 삶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도 있는 것 조종비명촉(早終非命促), 일찍 죽는 것도 운명이 아니겠는가· 작모동위인(昨暮同爲人), 어젯저녁에는 다 같은 사람이었는데 감단재귀록(今旦在鬼錄), 오늘 아침에는 저승에 있네.'라고 목멘다.

선생의 76년 평생에 어찌 영욕이 없을 것인가! 그러나 선생은 언제나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높였으며, 선생은 다른 사람에게 불편한 낯을 보인 적이 없고, 선생은 바람처럼 유유자적하고 구름처럼 담백하게 살았다. 선생은 또한 청주의 주선(酒仙)이었으니 꽃그늘 아래 열 잔 탁주와, 은하 별빛 떨어지는 이십 잔 소주와, 견우 달빛 은은한 삼십 잔 맥주에도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특히 그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선생의 언행은 후세인들이 배워 마땅한 덕목이다.

선생은 진보 예술운동을 하는 충북민예총 후배들에게도 언제나 따스했고, 정의와 진리를 외치는 치기어린 대학생들에게도 애정을 잃지 않았다. 무릇 대인이라 함은 강한 권력의 지위나 유명한 존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인(大人)이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재물을 초개같이 대할 수 있어야 하며, 의리와 명예를 고귀하게 여기고, 포용력으로 어린 사람들을 품어 안아야 한다. 수암 선생은 언제나 대인과 정도(正道)의 길을 걸었으니, 우리가 선생의 함자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은 소당연하고 소이연한 일 아니겠는가!

세상은 모두 꿈이다.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것이 인간이다. 오늘 슬퍼 울고 어제 기뻐 웃으며, 작은 권력을 자랑하고 적은 재물에 즐거워하지만 천상천하에는 하나의 길뿐, 이 육신과 이세상은 귀천의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시인은 '천추만세후(千秋萬歲後), 천 년 만 년 후에는 수지영여욕(誰知榮與辱), 그 누가 영화와 치욕을 알 것인가· 단한재세시(但恨在世時), 한스러운 것은 세상에 있을 적에 음주부득족(飮酒不得足), 술이 족하지 못했던 것이다.'라고 읊었다. 이승은 저승이고 저승은 이승이어 차이가 없으므로 오늘 후학이 한 잔 술을 따라 올리니 부디 흠향하시소서.

존경하는 우영 선생이시어, 부디 세상의 꿈은 잊으시고, 남긴 일 모두 거두시사, 저세상에서 편안히 쉬소서.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비처럼 사시다가, 문득 깨어나서 호접지몽(胡蝶之夢)의 꿈길따라 꿈속으로 가셨으니 따스했던 우영 선생이시어, 목란배를 저어 인생 바다를 건너고 난새 마차를 타고 하늘 명부를 넘으소서. 그리하여 마침내 윤회(輪回)의 업도 끊고 적멸의 보궁에서 열반(涅槃)에 드소서. 생사와 열반은 같고 번뇌와 해탈도 같은 것(生死卽涅槃 煩惱卽菩提)이니 선생이시어, 한세상은 너털웃음과 파안대소로 날리소서. 2012년 5월 10일 목(木)의 날, 개신학사 충북대학교 교수 김승환은 옷깃 여미고 삼가 올립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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