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남자

2012.05.23 18:20:37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좋게 말하면 가정의 달이고 현실적으로 말하면 돈 팍팍 들어가는 달이라는 소리이다. 가뜩이나 5월에 수입이 더 있는 것도 아닌데 돈 쓸 곳만 더 생기다 보니 은근히 짜증나는 달이기도 하다. 여기에 계절의 여왕이라고 온 가족이 궁둥이까지 들썩 들썩 거리니 주말에 '바깥으로, 돌격 앞으로' 해야만 하니 여러 가지로 돈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은 집사람과 결혼 해 사니 망정이지 연애 할 때는 5월에 정말 돈 많이 들었다. 이유 인 즉 우선 집사람은 커피 값 하나라도 절대 안 냈다. 게다가 더 열불 나는 것은 식사하러가도 비싼 것 잔뜩 시켜놓곤 제대로 먹지 않으니 본전 생각에 가슴이 미어 터졌었다.

집에 가면 밥통을 끼고 살았으면서도 내 앞에서는 식사를 많이 못 먹는다고 사기 쳐서 아까운 돈 그냥 날려 버렸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에 핏발이 선다. 하기사 데이트할 때 사기 친 게 어디 이것 뿐 인가. 살쪄서 큰일이라면서 다이어트 좀 해야겠다고 말했지만 이것도 역으로 '참 날씬 하시고 예쁘세요' 라는 말을 듣기 위해 유도한 사기극이었다. 물론 '예쁘다'고 하면 속으론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예쁘긴 뭐가 예뻐요?'라는 말로 자신의 미모를 더 한 층 강조하는 교활함까지 있었다. 아무튼 연애 할 땐 그렇다 치더라도 결혼 후에 남녀는 평등하다면서 설거지도 시켰는데 아니 자기 말 대로 남녀가 평등한데 왜 어려운 일만 생기면 나부터 찾는지 모르겠다. 남녀평등이니까 자기가 다 알아서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왜 나부터 찾나. 그래도 어쩌겠나. 결혼 전에야 두 눈 뜨고 빤히 당했고 지금은 안 당하려고 해도 아이 엄마이니 이것이 소중해서 또 두 눈 뜨고 뻔히 당할 수밖에 없다. 이게 남자의 일생인 것 같다.

우리 집 사람은 그렇다 치고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보니 '내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일단 내 입장에서는 이혼 안 당하려면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되겠다 싶어 그 내용을 살펴보니 우선 순간의 감정 선택만을 중요시하는 남자에게 사랑을 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싫증을 잘 내는 남자. 세 번째는 혼자인 것에 너무 익숙한 남자이고 그 다음이 과거의 아픈 사랑으로 인해 깊은 상처가 있는 남자이며 마지막이 헤어진 후 상대를 원수로 만들어 버리는 남자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현 정부가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남자의 조건을 거의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순간 자신의 안위함을 위한 선택만을 중요시 하고 그러다보니 미국산 소고기를 무조건 우리에게 먹으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여기에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해 놓고서는 정부 출범하자마자 바로 민초들에게 싫증을 내어 소통 부재를 만들고, 더 나아가 현 정부가 막을 내리면서 우리들을 원수로 삼을 것 같은 생각까지 든다.

하기사 사랑을 주고 싶지 않은 남자가 어디 현 정부 뿐 인가? 작금의 통합진보당도 똑 같다. 문대성을 그리도 욕 하더니 자기들이 왜 벌건 대 낮에 발 돌려차기를 하나. 더 나아가 분당(分黨)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 헤어 진 후 서로 원수로 남을 것 같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다만 하나님이 우리를 궁휼히 여기셔서 가정의 달 5월이 가기 전에 사랑을 주고 싶은 남자들이 곳곳에 생겨나서 화창하고 기분 좋은 날을 단 하루라도 만들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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