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관사의 도민환원과 서민정신

2012.09.12 16:23:24

김승환

충북대 교수

김광수 도의회의장께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도청 공무원생활을 할 때 이곳은 금단(禁斷)의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는 서슬 퍼런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공직의 길을 걸은 후, 성공적인 지역정치인으로 변신한 다음, 역경의 강을 건너고 마침내 충북도의회 의장이 된 김광수 의장의 회고담이었다. 아마도 감회가 남달랐기에 그런 축사를 했을 것이고 1980년대에 공무원이었던 분들은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2012년 9월 6일 목요일 오후 5시 25분, 전 충북도지사 관사였고 현재는 충북문화관에서 있었던 개관 행사의 한 장면이다.

그 앞자리에 도민환원의 주역 이시종 지사께서 부인 김옥신 여사와 앉아 있었다. 바로 직전 이시종 지사께서 '아내가 단 하루만이라도 이곳에서 살아보자고 했지만 그 하루가 4년이 될 것 같고, 그러면 도민에게 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아서 시내에 집을 하나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말하는 이시종 지사 역시 숲 속의 별장인 도지사 관사에서 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약속대로 이시종 지사께서는 당선자 시절이던 2010년 6월, 재차 도지사 관사의 도민환원을 천명했고 여러 절차와 과정을 거쳐서 마침내 충북문화관이 개관하게 되었던 것이다. 식민(植民)과 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있는 권위의 상징에서 화평의 꽃이 피는 평등의 상징으로 진보한 것은 아무리 그 의미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 점을 감안한 강형기 충북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전문예술과 비전문예술의 상호소통 및 상보적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충북도민은 누구나 예술가이므로 도민(道民)이 예술적 표현을 하고 싶다면 그의 이름으로 전시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강형기 대표는 통치의 공간이 민주의 공간으로, 과거의 공간이 미래의 공간으로, 억압의 공간이 창조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임을 선언했다. 이 선언은 문화민주주의와 문화사회(文化社會) 충북을 향한 하나의 전진이었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고 또 좋은 행사였지만 반성적 성찰도 필요하다.

그날 이시종 지사께서는 집에서 '올 여름에 한 번도 에어컨을 틀지 않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순간 경외와 충격이 밀려왔다. 무더위에 초목도 힘겨워하던 2012년 여름, 한 번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종의 결기와 수도(修道)의 자세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이 경탄스런 삶의 형식이 '자연인 이시종'이라면 재론의 여지없이 존경스럽겠지만 '도지사 이시종'이라면 재론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그 검소가 지나친 결벽성으로 비치고, 성실이 과도하게 정밀한 것으로 보이며, 소탈의 미덕이 작은 차를 타는 상징으로 보이고, 근면이 휴일을 반납하는 정신수양으로 보인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것과는 별개로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도지사 관사의 예에서 보듯이 이시종 지사께서 보여준 진정성은 경탄을 자아내고 경외의 심정이 들게 한다. 하지만 지사께서 고결한 정신의 황홀감(恍惚感)을 느낄 때 도청 공무원들은 숨막히는 압박을 느낄 수도 있다. 그뿐인가·

충북적십자사 회장 선임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은 지사께서 정무를 소홀히 하고 행정에 지나치게 몰입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지금 충북도청의 정무기능은 마비되어 있다. 지사의 철학과 정책에 따라서 정무부지사조차 지역 정무(政務)는 내던지고 '예산부지사'를 자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충북발전연구원장은 성장발전만 강조하고 다른 것은 하찮게 여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지사의 철학과 정책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공(功)과 과(過)다. 지사께서 기억해야 할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충청북도민을 위하는 일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고 성장하고 발전한다고 해서 도민이 행복하고 편안하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아무리 서민을 강조해도 이시종 지사께서는 서민이 될 수 없으며 서민정신을 가졌다고 해서 민중의 계급의식이 동반하는 것이 아니다.

도지사 관사를 도민에게 환원한 것은 도민들과 함께 행복하고 정의롭게 잘살자는 서민정신(庶民精神)의 실현이다. 그렇다면 성실한 목민관 이시종 지사와 소지역국가(Statelet)의 수장 이시종 지사의 관료와 정치가의 변증법적 통합이 필요하다. 2년 즉, 반이 지난 민선 5기의 시점에서 그 훌륭한 서민정신과 경건한 자세가 진정 빛이 나려면 지사께서 정치가답게 정치를 하면서 소지역국가의 대표답게 유연한 자세가 있어야 한다. 거듭, 도지사 관사의 도민환원과 충북문화관 개관을 축하드리고 또 도민의 한사람으로 감사하면서 예산, 절약, 성실, 성장, 발전만이 가치가 아니라 도정업무 전체의 균형과 새로운 전망과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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