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공무원체육대회 “평일에 거액들여 놀자판” 비난

가수초청공연, 래프팅까지

2007.06.01 09:39:37

충북도와 각 시ㆍ군의 공무원 1천500여명이 근무일인 금요일에 단양에 모여 1박2일간 2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는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어서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이들 공무원들은 이날 근무지 이탈을 출장으로 처리해 출장비로 숙박을 하는가 하면 일부 기초단체에서는 예비군훈련 등에나 적용하는 공가(公暇)로 처리하고 공공예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충북도와 12개 시ㆍ군에 따르면 이들은 ‘도ㆍ시ㆍ군 화합과 발전적인 상호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금요일인 다음달 1일부터 1박2일간 단양군 공설운동장, 수변무대, 남한강 일원에서 ‘제3회 도ㆍ시군 한마음 체육대회’를 갖는다.

이번 체육대회는 첫 날에 축구, 족구, 배구, 탁구, 테니스 등 5종목이, 둘째 날 계주, 피구, 래프팅 등 3종목이 치러지며 참석인원은 13개 자치단체별로 각각 선수 100명과 지원인력 및 응원단 20~40명 등 총 1천500여명이 될 전망이다.

소요예산은 행사 진행에 도비 2천400만원, 단양군비 2천500만원이 소요되며 지리적으로 가까워 숙박을 하지 않는 제천ㆍ단양을 제외한 11개 자치단체는 각각 1천200만원~2000만원씩 숙식ㆍ교통ㆍ체육복비 등으로 지출하는 등 모두 2억원이 훨씬 넘게 들어간다.

이 많은 인원의 숙박을 위해 도청, 청주시, 충주시 등 8개 단체가 하루 숙박비가 21만~39만원인 대명콘도에, 나머지 기초단체들은 수변무대 주변의 모텔에 모두 1백여개의 방을 예약했다.

경기 후에는 각 종목별로 1위 30만원, 2위 20만원, 3ㆍ4위 10만원, 응원상 20만원, 감투상 20만원 등 모두 1천여만원 규모의 현금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첫날 저녁에는 8시부터 10시까지 수변무대에 모여 유명 듀엣 가수를 초청해 공연을 즐기고 각 단체 대항 노래자랑을 갖는다.

그러나 이 같은 공무원들의 대규모 체육대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각이 많다.

우선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굳이 각종 민원과 본연의 업무가 있는 평일인 금요일 하루를 체육대회로 보내야 하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둘째 날 경기 참가 선수들은 둘째 날 참석하는 등 시간 절약에 노력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취재결과 첫날 참가선수가 전체의 65%나 될 뿐더러 오후 2시 경기시작 시각에 맞추기 위해 각 단체별 참가자들이 오전 일찍부터 단양으로 단체 출발할 예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각 지자체별 공무원들이 서로 경기를 하며 결속을 다진다면서 굳이 130명이 1인당 2만5천원씩 들여가며 래프팅까지 하는 것은 ‘놀자판’이라는 시각이 많다.

더욱이 이들 공무원들은 평일에 근무지를 이탈하는 것에 대해 대부분 ‘출장’으로 처리했으며, 일부 군(郡)에서는 대규모 인원에 대해 예비군훈련 등 공적인 휴가에나 적용하는 ‘공가’로 처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부패방지네트워크의 한 임원은 “우리 지역에서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발생하는 불미스런 일들이 잇따르고 있는 반면에 지금 타 시ㆍ도에서는 공무원 퇴출제를 도입하는 등 쇄신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그런데 우리 지역의 공무원들이 오히려 평일에 민원인 불편과 본연의 업무 차질을 빚어가며 거액의 공공예산을 들여 대규모 체육행사를 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아직도 전혀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질타했다./박종천ㆍ이형수ㆍ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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