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운동의 파트너

2014.04.14 16:30:04

정규호

청주대학교 보건의료대학장

어느 날 작은 식당에서 금연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식당에서는 실제로 업주가 흡연하는 손님을 제지하며 금연 장소임을 알리고 밖으로 유도하였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법으로 규제한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작은 식당에서 금연을 유도하는 업주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최근 성인의 흡연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는 반면, 청소년 흡연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2013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흡연율은 11%를 넘고 있다. 통계조사의 내재적 한계를 감안할 때 실제는 이보다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입법된 국민건강증진법이나 청소년보호법에서 청소년에 대한 담배 판매를 강력하게 규제한 것은 청소년들의 흡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지만 법에서 강제할 만큼 청소년들의 흡연이 만연되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한 호기심과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시작되는 흡연이지만 청소년에게 미치는 폐해는 엄청나다. 아직 신체적 발육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 있어 모든 세포 및 조직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이후 성장에 미칠 폐해가 성인에 비하여 훨씬 크다. 또한 청소년의 뇌는 성인처럼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니코틴 의존에 의한 중독이 높으며, 청소년의 불안한 심리와 비행과 연관되어 정서적, 사회적 측면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흡연의 폐해에 대한 연구결과, 담배는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 및 발암 의심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암 발생원인의 30~40%를 차지하며, 임산부 흡연 시 유산, 태아 뇌세포 손상, 영아 돌연사 위험이 증가될 정도로 위험하다. 니코틴 중독성은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 알코올보다 높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흡연을 세계 공중보건문제 1위로 지정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흡연폐해에 따른 진료비 환수 청구소송' 추진은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의 흡연율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흡연율 억제를 위한 강한 메시지로 봐야 할 것이다. 공단은 이 담배 소송에서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이 소송을 할 경우 결국 흡연자 자신이 흡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공단은 책임론에서 자유롭고 소송을 준비하는데 필요한 물적·인적자원도 풍부하기 때문에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승소 여부를 떠나 담배 소송을 통해 그간의 부진했던 금연운동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고 담배의 유해성, 중독의 심각성 등 흡연폐해에 대한 경종을 울릴 수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나는 보건의료대학 학장으로서 소속 학생들에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예비 전문가의 덕목으로 친절과 금연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 중심의 봉사정신을 실천할 친절함과 건강을 지키는 전문가로서 금연은 반듯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보건의료대학 건물을 금연 건물로 지정된 다른 건물과는 좀 더 다르게 타 대학학생이나 방문객까지 금연 협조를 당부하는 스티커를 곳곳에 붙여 구성원들에게 강도 높은 금연을 유도하고 있다.

흡연은 더 이상 개인의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금연 또한 사회적 의무로 여기고 더불어 사는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건강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사회적 각성과 계몽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번 공단의 담배소송을 계기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흡연의 폐해를 줄이고 금연운동의 새로운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충청지역에서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청주대학교 보건의료대학의 구성원들이 금연운동에 더욱 앞장서는 건강 파트너가 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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