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구조, 1%의 가능성을 믿자

2014.04.29 10:10:20

박종영

청주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주 전, 한 줄의 짤막한 속보.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 침몰 중.'

잠시 한 두 시간이 지난 뒤 '전원 무사 대피.' 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이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고 땅도 우는 비극의 시작이었는지 누가 알았겠는가.

내 친구, 내 가족을 잃어버린 마냥의 슬픔, 그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좌절, 사고의 원인과 대처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분노. 작은 어린아이부터 흰머리 노인까지 애타는 마음을 부여잡고 한명의 생존자라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는 고통은 진짜 고통은 아니다. 진짜 고통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실종자의 가족들, 희생자의 유가족, 그리고 친구를 잃어버린 학생들. 아! 과연 그들이 달리 무슨 말로 그 고통을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어떤 말로 그들이 위로 받을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을 외상 후 증후군이니 생존자 증후군이니 이름 붙이고 설명한다고 한들 그들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이상 누가 이해하겠으며, 책임자는 누구고 누가 죽일 놈인지 밝혀내자고 분노해 본들 그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 줄 수 있을까.

지금은 단 1%의 가능성이라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믿고 실무자는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또 우리는 조용히 기도하고 있어야 한다.

말할 수도 없는 고통을 겪은 이들이 말 할 수 있을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옆에 있어주며 기도해주자. 때가 되면 '얼마나 힘들었니?' 하며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들어주자.

혼자 두게 하지말자. 시간이 지나면 뉴스에서 그때의 이야기가 점점 줄어들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서서히 잊히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그 사고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면 끝까지 그들 옆에 있어주자.

지금은 우리도 슬퍼하고 분노할 때이다. 하지만 슬픔이 더 슬퍼지도록, 슬픔이 분노가 되도록 하지는 말아야 한다. 충분히 같이 울고 아파하고 화내고 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가 철저히 밝혀지는지, 재발이 되지 않도록 안전대책이 제대로 만들어 지는지 냉철하게 지켜보자.

슬픔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흩어진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처럼, 소통할 누군가가 옆에 있다면 그러한 상처도 더 빨리 치유된다. 하지만 분노의 감정은 다르다. 분노는 발산되어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응축되는 마음의 에너지이다. 분노가 나에게로 향하면 자책하고 우울해지며 무기력해지고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일어난다.

반면 분노가 타인과 세상으로 향한다면 불신, 원망, 그리고 폭력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다. 지금 티비에서는 선장의 무책임함, 해운 회사의 부정, 관리 감독기관의 부실등 사고의 원인에 대해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여 성토하는 출연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욱더 분노하게 만든다. 원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기자들은 좀 더 차분하게 사실을 전달하고, 가능하다면 그런 원인 분석도 조금 미룰 필요가 있다. 언론인이기 전에 이 땅에 살고 있는 한 어른으로서 슬픔을 표현하고 같이 슬픔을 나누며, 오늘도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자식들의 귀환을 기다리는 부모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슬픔이 분노가 되고 분노가 더 큰 분노가 된다면, 서로 비난하고 미워하고 분열하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희생자들의 바람일까. 우리 어른들이 마음을 합쳐 아이들이 다시는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희생자들을 위한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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