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부모산의 모유정 전설 밑에 거대한 집수지 존재하고 있었다.'
청주 부모산성(충청북도 기념물 제121호) 정상 경사면 부근에서 성곽시설의 하나인 집수지(集水址)지가 원형(圓形)의 형태로 발굴됐다.
특히 발굴된 집수지는 규모가 클뿐 아니라 완전한 형태로 발굴, 삼국시대를 포함한 통일신라기의 서원경(청주)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충북대박물관(관장 성정용 교수)은 올 4월부터 일대에 대한 학술조사를 실시, 이같은 발굴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집수지는 물을 모아 두었다가 사용하는 성곽내 시설로, 전통시대 사람들은 성내 샘이나 연못조성 환경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집수지를 축조·사용했다.
때문에 집수지는 성내 낮은 곳에 위치하는 연못이나 샘과 달리 남해 대국산성, 거제 둔덕기성 등의 사례에서 보듯 성정상 부근 경사면에서 일부 발굴되고 있다.
부모산성 집수지는 지난 2012년 모유정(母乳井) 터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진흙을 걷어낸 집수지 모습으로, 위쪽이 출수구이다.
그러나 이번 집수지는 발굴팀이 모유정 위에 식생하던 50년생 버드나무 거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확인, 최근 직경 최대 9m, 높이 2.5m 규모의 모습이 처음으로 완전히 드러냈다.
조사결과, 대규모 군사가 동시에 이용이 가능한 이번 집수지는 크게 3차례에 걸쳐 폐기와 수축(修築)을 반복하며 그 규모가 점차 축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1차 집수지는 풍화암반을 계단식으로 굴착하고 가공된 장방형의 면석을 이용하여 축조했고, 바닥도 점토를 다져 올린 후 그 위에 얇은 판석형의 할석을 깔아 마감하였다.
2차 집수지는 1차 집수지가 폐기된 이후 좁혀 사용한 것으로서, 1차 집수지의 북쪽 석축을 일부 파괴하고 암거형태의 배수시설을 만들었다.
3차 집수지는 세간에 알려져 왔던 모유정으로, 폐기된 1,2차 집수지 위에 소규모 석축을 쌓아 다시 우물을 만들었다.
이밖에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고배, 완 등 신라토기와 일부 백제토기 등의 유물도 수습됐다.
성 관장은 "집수시설은 성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시설로, 진흙다짐을 하면 누수율이 매우 적어진다"며 "청주지역에서 삼국시대 집수지가 원형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역사적 흐름이나 출토된 유물로 보아 부모산성을 가장 오래 경영한 나라는 신라"라며 "따라서 이번에 발견된 집수지는 서원경의 외곽 방어시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충대 발굴팀은 16일 오후 2시 발굴현장을 일반인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 조혁연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