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비웃는 '독점약국'

처방전 따라 수익 얻는 구조상 '의사 甲 - 약사 乙' 관계 성립
병원- 약국 은밀한 담합행위 … 환자들 피해 만만치 않아

2014.06.25 20:01:46

의약분업을 비웃기라도 하듯 '독점약국'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의약분업은 약국과 병원이 담합해 환자에게 불필요한 약을 처방하고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시행돼 왔다.

그러나 의약분업 시행 10여년이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위법행위가 나타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행태가 독점약국이다.

독점약국은 병원 내 또는 인근에 입점하면서 말 그대로 병원 손님을 독점하는 약국을 뜻한다.

문제는 독점약국을 운영하기 위해 병원 측과 은밀한 금전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인데, 약사들 사이에서는 소위 잘나가는 병원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거액의 뒷돈이 오간다고 알려져 있다.

독점약국을 다른 말로 풀이하면 병원과 약국의 담합행위로 볼 수 있다.

특정 의약품을 병원과 약국이 담합해 판매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있는 A약국의 경우 불과 몇개월 전만해도지상 6층, 규모 88병상의 B병원 건물 1층에 있어 '구내약국'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건물 반경 500m 이내에 약국이 하나 있지만, 이 약국은 건물 구조상 병원과 한 건물에 있어 약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약사법 제20조를 보면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는 약국 허가를 내주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건물에는 병원과 약국 두 업종만 있는 상태에서 허가가 난 것이다.

같은 건물이 아니더라도 병·의원, 특히 종합병원과 거리가 가까운 약국도 사실상 독점약국으로 볼 수 있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약국의 수익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가 인근 세대수나 교통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병원과의 '거리'에 정비례한다.

같은 건물에 있다면 더더욱 좋다. 특히 그 병원이 처방전을 많이 내는 곳이라면 더는 바랄 게 없다. 처방전에 따라 약사의 수익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의사는 '갑'(甲), 약사는 '을'(乙)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가 여전히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관할 보건소는 처방전 집중률 등을 살펴 담합을 주시하고 있지만 의·약사 간 은밀하게 진행되는 거래까지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흥덕보건소 관계자는 "담합의 소지가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의·약사 간 금전 거래는 확실한 증거가 없이는 수사권이 없는 보건소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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