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등산 기본부터 지키자

2014.07.21 17:49:59

윤종택

제천소방서 대응구조구급과장

제천소방서 관할구역은 제천시와 단양군으로 크고 작은 명산들이 즐비하다.

월악산, 금수산, 소백산, 옥순봉, 도락산, 제비봉등 기암괴석과 암릉, 바윗길로 이루어진 곳이 많아 계절을 바꿔 산을 오를 때마다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유명세를 타다 보니 휴일이면 등반을 하기 위해 전국에서 산꾼들이 모여든다.

사람이 많이 모이면 아무래도 안전사고 위험성은 증가하겠지만 지난 12일 단양군 대강면에 위치해 있는 황정산에서 산악사고가 일어났다.

사람들은 가끔 황정산과 황장산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황장산은 문경시 동로면에 있는 천 고지가 넘는 백두대간의 줄기이고 황정산은 대강면 황정리에 있고 산 아래에는 대흥사가 위치해 있다.

이날 사고는 오후 3시가 넘어서 일어났는데 무리한 산행이 원인이었다.

명산을 몇 개 종주하면 에베레스트를 갈 수 있는 상품이 주어지기 때문에 부산에서 버스로 온 산악회원 40여명이 오전에 바위산인 인근 도락산을 등반하고 연이어 뱃재를 거쳐 황정산을 올랐다.

더구나 실종자는 다리에 근육 뭉침으로 아스피린을 먹고 혼자서 어플로 다운받은 GPS에 의지해 정상에서 지름길을 선택했고 리더는 당연히 동반자를 몇 명 동행시켜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니아라는 믿음으로 가장 기본적인 수칙도 무시하였던 것이다.

일행이 등산로로 하산해 인원을 파악하니 한명이 없었고 결국 오후 7시가 다돼서야 119상황실로 신고했다.

단양 119구조대원들이 출동해 11시까지 정상 부근을 수색했지만 찾지를 못했고 일요일 새벽 비상소집해 제천소방서 대원과 소방항공대 헬기, 중앙구조단과 경북의 수색견, 경찰, 군인 등 연인원 300여명이 동원됐다.

등산로 주변뿐 만 아니라 골짜기까지 이틀 동안 수색해 정상부근 비 등산로 40여m 암벽에서 추락해 사망한 실종자를 발견했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지휘하며 반복되는 산악사고의 원인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첫째 체력을 과신하지 말자. 무리한 산행은 절대 하면 안된다. 특히 악산과 천고지가 넘는 산은 여러 날에 걸쳐 체력단련을 한 후에 올라야 한다.

아울러 오르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여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키고 심장과 폐에 예비신호를 보내줘야 한다.

둘째 팀이 응집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모집하는 '묻지마 등산'도 많다. 동료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이름과 전화번호 외에는 인적사항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셋째 등산로 외에는 다녀서는 안된다. 어느 산이나 등산로가 가장 안전하고 빠른 길이다. 황정산도 낭떠러지기 암벽이 즐비하다.

발을 한번 잘못 밟으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구나 낙엽과 이끼가 바위를 덮고 있어서 잘못 밟으면 곧장 큰 부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넷째 산에서의 소위 정상주는 위험성을 배가시킨다. 정 술이 마시고 싶으면 하산하고 나서 마셔야 한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도 수색팀을 편성하면서 우리 직원뿐만 아니라 특히 젊은 군인과 의무경찰에게 수없이 안전을 당부했지만 끝날 때까지 필자는 마음을 졸여야 했다. 2차 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여름철 등산,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자. 모든 사고의 원인은 기본이 부실해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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