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빨리'가 아닌 '조심조심' 택배

2014.09.01 16:01:41

이상근

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교육문화팀장

예로부터 한가위는 한 해 농사가 결실을 맺은 시기에 일가친척과 이웃들이 다함께 모여서 풍족한 나날이 지속되길 기념하는 날이었다. 지금도 나눔의 문화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어, 추석이 다가오면 이곳저곳에 안부를 묻기 바쁘다. 이맘때쯤이면 마음을 표현하고픈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그를 전달해주는 택배근로자들을 생각하게 된다.

작년 TV에서 자주 보던 광고 중 아버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 강아지만 뛰쳐나와 반겼지만, 택배가 왔을 때는 온 가족이 뛰어 나가 맞이하는 내용이 있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지 약 15년, 현재는 오지마을에도 택배가 오갈 만큼 온국민이 택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택배업 매출액과 종사자수도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추석 같은 대명절은 비수기·폭주기·특별기 중 특별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5시간까지 치솟는다. 택배근로자의 수입구조는 배달 화물 건당 수수료로 책정되기 때문에 수입을 내기 위해서 많은 화물을 배달해야 하고, 특별기에는 하루에 200~300개의 택배를 배달할 때도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택배회사가 30kg 이하의 화물만 취급하고 있으나 연령대도 20~70대로 다양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서 재해의 위험에 노출될지 모르는 일이다.

택배 근로자의 재해형태 중 교통사고와 더불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병재해는 장시간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근골격계질환으로, 중량물인 배송물품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신체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일반인에 비해 질환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또한 2013년 발간된 안전보건공단의 '택배·퀵서비스업 종사자를 위한 안전작업 가이드'에 따르면, 택배업종에서 많이 발생하는 재해형태는 도로교통사고가 50.3%, 넘어짐·떨어짐 재해가 각각 11.4%, 8.6%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재해들은 운전 중이나 물품 상·하차, 배송 시에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신체에 부담을 줄이려면 배송물품을 과다하게 소지하거나 운반하지 말고, 상·하차 시 적당량을 나누어 오르내린다. 또한 이동용 소형 컨베이어나 이동대차 등 인력 운반을 최대한 지양하고 도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무거운 짐을 옮기며 장시간 운전도 겸해야 하는 택배근로자들은 틈틈이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명절 특별기에는 평상시 배달 물량의 2배 가까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약간만 주의를 기울이면 가능한 재해예방, 이를 위해 먼저 택배근로자들이 무리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근무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택배근로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평소와 같은 "빨리빨리"의 조급증 문화라면 안전 앞에 겸손하고 조심해야 될 기본개념을 지킬 수 없다. 따라서 수만 번을 외쳐도 부족한 "조심조심"의 실천의식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서로 격려하고 배려할 때 재해로 인한 뼈아픈 고통은 없어질 것으로 믿는다.

고된 노동 중에 듣는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가 택배근로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이번 추석에는 그들에게 힘이 되는 한 마디를 건네 보는 것이 어떨까. 명절에도 바쁘게 일하는 택배근로자들에게도 나눔의 문화를 느끼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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