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한 교실' 예찬

2014.09.02 14:16:15

김지연

청주중앙여자고등학교 교사

"쉿! 선생님이다"

교실 문 밖으로 빼꼼 내민 머리가 쏘옥 들어간다. 교사의 교실 입장에 맞추어 재잘재잘 떠들던 학생들의 입은 일제히 다물어진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느라 올라갔던 입꼬리, 반달을 만들던 눈꼬리는 한 일(一) 자로 위아래 나란히를 하며 질서정연하게 정돈된다. 팔딱이며 뛰놀던 아이들의 생생한 언어들은 수업시간 교사의 발문 앞에서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모두는 아니어도 많은 학교의 교실 풍경이 이러할 것이다.

몇 년 전 교사 연수로 미국 뉴욕에 있는 마미스 페이 학교(Mamis Fay School)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참관할 기회를 얻었는데, 각 교실의 첫인상이 당황스럽게도 매우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칠판 가득한 수학 문제를 풀면서도 재잘재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감상하면서도 재잘재잘, 자기만의 그림책을 엮어가면서도 재잘재잘, 끊임없이 떠들썩한 교실이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괜찮을까? 혹시 옆 반에 방해되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는 바다 건너 온 손님들인데 민망하지 않을까· 내가 괜히 얼굴이 붉어져서, 현지의 교장선생님과 파란 눈을 가진 담당교사의 얼굴을 슬쩍 훔쳐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무슨 문제라도 있어?'라는 밝은 표정, 게다가 은근히 어떤 자랑스러움마저 배어있는 미소가 나를 의아하게 만들었다. 나는 괜한 심술 같은 게 발동해서 "이렇게 시끄러운데 수업이 되냐?"라고 물었고, 이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지금 매우 훌륭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그들은 '조용한' 교실보다 '떠들썩한' 교실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한단다. 왜냐하면 교실이 시끄럽다는 것은 그만큼 열띤 토론이 오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아하! 그래, 맞다. 그제야 나는 창의성이 뛰어노는 그 시끄러운 교실에서 질서 있는 리듬감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입을 열어야 창의성이 발휘되고, 그래야 생각의 힘이 더 커지는 거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 교사가 많이 하는 말 중 하나는 아마도 '조용히'가 아닐까. 복도 중앙을 당당히 차지하고 꼿꼿함으로 꼬마들의 기를 죽이던 '정숙(靜肅)'이라는 푯말이 기억난다. 칠판 구석에 단골로 적히는 '떠든 사람' 명단은 아이들을 기겁하게 만드는 효과 만점 처방전이다. 아, 우리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얼마나 재잘거리고 싶을까.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면서,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수업시간에는 정답만 칭찬받고, 시험시간에는 동그라미만 칭찬받고, 성적표에는 100점만 칭찬받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조용한 교실'보다는 '떠들썩한 교실'이 좋다. 학생들이 핀잔이나 비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수업이 좋다. 아무리 엉뚱한 대답이 나와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수업이 좋다. 동그라미가 아니어도 예쁨 받을 수 있는 생각의 자유로움, 그리고 그 생각에 귀를 쫑긋 세울 수 있는 유연한 교실이 좋다. 교사를 보면 입을 닫는 것이 아니라 재잘재잘 떠드는 아이들의 입에서 작은 과학자가, 작은 예술가가, 아직은 작지만 곧 크게 될 열정이 끊임없이 튀어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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