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차림, 노론계 안에도 갑론을박

2014.09.02 18:00:36

조혁연 대기자

추석이 얼마남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은 망자의 죽음을 두 번 확인했다. 바로 '고복'(皐復) 또는 '초혼'(招魂)으로 불리는 부르는 의식이다. 전통시대에는 임종을 마치면 고인의 옷을 가지고 마당으로 나아가거나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북쪽을 향해 고인의 성명을 왼 다음 복~ 복~ 복~ 자를 긴소리로 세번 불렀다. 고 노무현 대통령 전통장례식 때도 김명곤 전 문광부 장관이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복~복~복~'이라고 외친 바 있다.

복!복!복 할 때의 복은 한자 '돌아올 復' 자 이다. 즉 육체를 떠나 북쪽으로 가고 있는 혼령에게 미안한 마음에, 죄스런 마음에 다시 돌아오라는 간절한 주문을 담고 있다. 제사나 차례에서는 '북쪽' 방향은 굉장히 중요하다. 바로 '북쪽'에 사후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망산', '북망산천'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나왔다. 제사나 차례 지낼 때는 지방이나 신주가 모셔지는 방향이 '북쪽'이 된다. 차례도 제사의 일종이나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제사는 특정 조상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것이고, 차례는 자신이 모시는 모든 조상을 명절날 한꺼번에 모신다는 점이 다르다.

또 제사는 돌아가신 날 자시(11시~1시)에 지내지만, 차례는 일종의 계절제이기 때문에 아침에 지낸다. 이밖에 차례는 제사에 비해 절차가 간소한 편이다. '무축단작'(無祝單酌)이라고 해서 축문을 읽지않고 술은 고인에게 한 번만 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음식도 제사에는 밥·국을 올리지만, 차례는 송편이나 떡국처럼 가벼운 음식을 올린다. 차례를 지내려면 지방을 써야 한다. 이때 돌아가신 부모님 중 아버지는 왼쪽, 어머니는 오른쪽에 신위를 쓰게 된다. 예학에는 '자계우상'(自界右上)이라는 원칙이 있다.

청풍향교가 사용하던 설찬도 모습

즉 오른쪽이 왼쪽 보다 우위라는 원칙으로, 이는 지방에도 적용됐다. 지방은 나하고 마주하고 있으니까, 이때는 왼쪽이 높은 곳이 된다. 이 때문에 돌아가신 아버니는 왼쪽, 어머니의 지방은 오른쪽에 쓰게 된다. 이같은 원칙을 한자로는 '고서비동'(考西·東)이라고 한다.

그러나 차례의 각종 격식은 지역이나 문중간에 큰 차이가 있었다. 송자대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일 실려 있다.

'최진이 물었다. "선생의 집안에서는 어육을 쓸 때 날 것입니까. 익힌 것입니다." 선생이 답했다. "익힌 것을 쓴다. 선대부터 익힌 것을 써 와서 지금은 감히 고칠 수 없다. 윤휴 같은 경우는 '생선을 칼로 자르지 않고 통째로 사용한다'고 하나 매우 옳지 않다. 만약 생어육을 사용한다면 회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좋다."-<송자대전부록 권 18>

인용문에 등장하는 '선생'은 바로 노론의 영수 우암 송시열을 가리킨다. 송자대전은 우암의 시와 문장을 엮은 문집으로, 2백15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으로 유명하다. 우암의 지론대로 충북에서는 차례 상차림에 생어육을 올려놓지 않는다.

화양동 만동묘 철거를 극력 반대한 인물로 임헌회(任憲晦)가 있다. 같은 노론계 인물인 그는 갑론을박이 일자 제사 상차림을 그린 설찬도를 제작했다. 그러나 그도 여전히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하고 생어와 숙어를 섞어쓰는 절충안을 택했다. 이처럼 제사 상차림에는 정설화된 기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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