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학교에서부터 밥상머리까지

2014.09.04 19:26:19

김형식

회남초등학교 교장·아동문학가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칠판도 없고/ 숙제도 없고/ 벌도 없는/ 조그만 학교였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걱정이 없는/ 늘 포근한 학교였다.// 나는/ 내가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이 조그만 학교에서 배웠다.// 무릎 학교./ 내가 처음 다닌 학교는/ 어머니의 무릎/ 오직 사랑만이 있는/ 무릎 학교였다.

하청호 시인의 '무릎 학교' 전문이다.

우리가 밥상머리 교육을 이야기를 할 때면 떠올리는 시이다. 아기는 어머니의 품 안에서 살아가면서 마음 깊이 새겨두어야 할 귀한 것들을 배운다. 어머니의 무릎 학교는 아기의 일생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즉 어머니가 아기를 품안에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기 적에는 어머니의 무릎에 올라 앉아 사랑을 받고 커가지만 좀 자라 수저를 들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무릎이 아닌 밥상머리에서 아이를 가르치게 된다.

밥상머리 교육의 효과는 여러 대학이나 기관에서 연구를 하였으며 긍정적인 것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버드 대학의 연구결과로는 아이가 책에서 얻는 어휘는 140여개인데 반하여 가족과의 식사 시간에 얻는 어휘는 1천여개에 달한다고 한다. 또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가족과 식사를 자주하는 아이들은 학업 성적도 좋고 청소년 비행에 빠질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는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밥 먹을 때 소리를 내지 말아라', '밥 먹을 때 말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특히 아버지들은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음식을 먹는 아이들을 제지하기 일쑤였고 표정까지 비장하여 아버지와 마주 앉은 밥상머리가 지옥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빠들은 엄마의 몫까지 충분히 해내며 아이들과 식탁에 함께 앉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으며 소통하고 인생 코치까지 되어 준다. 아빠들이 바쁘다는 핑계대지 말고 일주일에 두 번이나 세 번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갖으려는 노력과 투자가 있을 때 이루어지는 일이긴 하다.

밥상머리 교육을 제대로 하는 엄마들은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때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베이비체어 등을 이용하여 앉혀놓고 먹이면 식습관이 좋아지는 경험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인다고 아이는 돌아다니고 엄마는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밥을 떠먹이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어 식사 시간이 어수선해지고 대화는커녕 '밥 빨리 먹어', '너 이리 안 와' 등 큰소리만 들리게 될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은 어려서부터 하는 것이란 이야기다.

추석 명절이 다가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이모 등 만날 사람들이 많다. 엄마, 아빠와의 대화보다 더 풍성해 질 것이다. 이 명절을 잘 이용하여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아이로 자라고 있음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무릎학교부터 밥상머리까지 넘치게 사랑받는 아이가 되게 하려면 바른 식사 습관이 형성되어 외식할 때나 누구 앞에서나 바른 식사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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