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D-14…추석을 잊은 농구여자대표팀

2014.09.04 20:13:51


가을 하늘처럼 정갈한 진천선수촌이다. 농구훈련장 문을 열자, 크고 야무진 함성이 쏟아진다. 선수들의 눈빛은 번뜩이고 손짓은 빠르고 화려하다. 공격수가 슛을 하기 위해 점프하자, 수비수는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블로킹 벽을 이룬다. 골망이 출렁이자, '삑'하고 부저음이 울린다.
 

농구여자국가대표 선수들이 이달 19일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 추석도 잊은 채 마지막 담금질에 한창이다. 빠르게 움직이던 선수들의 현란한 동작에 잠시 넋을 잃다보니 농구스타들의 모습이 하나씩 들어온다. 여자농구의 전설 전주원 코치를 비롯해 변연하, 최윤아, 김단비, 하은주, 이미선 등 TV로만 보던 선수들이 바로 코앞에서 움직이니 그 활력의 기운이 더욱 생생하다. 지켜보는 이에까지 튈 것 같은 땀방울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무섭게 집중하는 선수들의 눈빛은 곧 다가올 가을의 결실을 향하고 있다.

"사람이 들어가면 놓치지 말고 함께 움직여야지. 공간을 주지 마!"
 

선수들을 독려하는 위성우 감독의 목소리가 연습장 안을 울린다. 2미터가 넘는 장신센터 하은주 선수가 경기 투입 전, 무릎 테이핑을 하고 있다.
 

"몸 컨디션은 어떤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
 

가까이서 본 하 선수의 눈망울은 사슴처럼 선해 보인다. 여자농구대표팀은 지난 5월12일 강원도 평창에서 1차 훈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합숙훈련을 해왔다. 온전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서다. 대표 팀은 오전에 하프 코트를 이용한 전술훈련을, 오후에는 풀 코트 훈련을 한다. 3점 라인에서 변현아 선수가 던진 공이 그물에 출렁이자, 부저소리가 공간을 가른다. 오전 11시40분. 오전 팀 훈련은 끝이다. 개별 슛 연습과 스트레칭을 마친 변 선수의 유니폼이 땀에 흠뻑 젖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임하는 각오는?"
 

"마지막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최선을 다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
 

"추석날, 보름달 바라보면 가족들 보고 싶을 텐데."
 

"우리는 보름달이 농구공으로 보인다.(웃음)"


오는 8일 추석날이면 모든 훈련이 완성되는 시기다. 위 감독은 "모든 전술훈련과 기초체력 훈련은 끝났다. 이제는 시합 때에 맞춰 각자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달이 차면 다시 기울듯, 남은 기간은 마음을 비우는 기간이다.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을 비워낸 마음에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서서히 차오를 것이다. 10년 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단 전주원 코치는 "상대편을 너무 의식하기보다 우리 것을 잘해야 한다. 다른 어느 때보다 베테랑의 노련함과 신인의 패기가 조화를 이뤄 좋은 성과를 이룰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추석도 잊은 채, 땀 흘리는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걸 둥근 금메달이 이들에게는 늦은 추석, 환하게 밝아오는 금빛 보름달이 될 것이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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