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서 35년 일해 연금 260만원, 이게 많나?

2014.09.04 15:13:18

이화영

음성민중연대 운영위원

요즘 공직사회 가장 큰 화두인 공적연금(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개정이 추석 이후 본격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공적연금 개정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보수 아이콘으로 분류되는 군인조차도 분노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필자의 친구는 25년째 직업군인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중학교 동창인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군인연금 개정에 대한 입장을 내보였다.

SNS에 '난 군인이다'로 시작하는 글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다. 화가 나기도 했고 한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친구는 지난 25년간 군에 몸담으면서 받아야 했던 제약,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어도 가보지 못했던 안타까운 마음, 가장으로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죄책감을 울분으로 절절하게 쏟아 냈다.

군인 신분으로 2명 이상이 파업을 하면 쿠데타가 되기 때문에 투쟁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35년을 꼬박 부어야 퇴직 후 연금으로 26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는데 이게 많은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 서울에서 100만 원을 받고 일을 했지만, 하사로 입대해 받은 첫 봉급은 16만 원이 고작이었고 11년이 지나서야 수당을 포함해 12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나마도 국제통화기금(IMF) 때 봉급 삭감되고 7년간 봉급 동결 등을 거쳐서 여기까지 왔는데, 경기 좋을 때 나라에서 군인에게 1원이라도 특별보너스 줬냐고 되물었다.

군인은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갈 시기인 55세가 정년이어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나라 지키던 경력으로 아파트 지킨다고 씁쓸해했다. 위수지역(군 부대가 담당하는 관할 지역)을 벗어나면 징계여서 고모부, 작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못 갔고 조카들 결혼식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했다. 또 징계받으면 연금이 반 토막이 나고 전역하고서도 처벌을 받으면 국가에 누를 끼쳤다는 이유로 연금지급이 정지된다고 밝혔다.

친구는 군인의 자식들에게 대학등록금이 거저 나오는 줄 아는데 퇴직금 담보로 융자받는 거고 퇴직할 때까지 못 갚으면 이를 제하고 연금을 받는다고 적었다. 부대가 산골짜기여서 응급상황에 병원에 가려면 부대 차 타고 비포장도로를 흙먼지 날리며 20㎞를 달려 자가용 갈아타고 1시간 가야 큰 병원을 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임신한 동료 군인이 병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었다고 분노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3개월간 퇴근을 못하는 상황이어서 아내 얼굴을 본 지 두 달이 흘렀고 이번에 대학 수시 합격했다고 자랑하는 딸을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렇게 살아왔는데 정말 우리가 연금을 많이 받는 거냐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얼마 있지 않으면 명절인데 너희를 위해 나라 지킬 테니 오랜만에 친구들, 친지들과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를 전했다. "추석명절에 부모님 생신이 다 있는데 올해도 못 가는구나"라며 씁쓸함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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