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의 원동력이 무얼까

2014.09.14 14:05:46

정태국

전 충주중 교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얼마 전 민족 대 명절 추석을 지냈다. 보도마다 '민족 대이동'이란 말이 넘쳐나고 있다.

'한가위만 같아라' 이 말의 의미를 혹자들은 풍성한 추수기를 맞아 물질이 풍성하기 때문에 하는 말로 생각하기 쉽다. 또한 오랜 역사 속에 면면이 이어져온 전통적인 풍속이기에 추석이면 온통 고향을 찾아 가느라 그렇다고 치부하기 쉽다. 역사란 고작 전해져 오기 때문에 이어지는 것은 아닐 성싶다. 최소한 큰 의미나 그럴만한 이유가 내포돼 있지 않을까?

물론 밖의 인심이 좋아야 안의 인심도 좋다는 말도 있다. 가을이라 새로 수확한 곡식들이 풍성하고 과일들 역시 넘쳐나고 있기에 서로 나누니 만남이 더욱 풍요롭게 된다. 만 가을이기에 그리 말할 수도 있겠다.

추석엔 분명 숭조사상이 중심에 있다. 조상을 기리는 세시풍속은 우리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민족의 정신을 이어가는 전통 중 으뜸이다. 자칫 유물론적 시각에서 혼령의 유무를 앞세워서 혹자들은 식자우환 격으로 미신이란 말로 치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옛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만한 판단도 못했으리라곤 단언키 어렵다. 의미가 없었다면 단절돼 이어져 오지 않았으리라.

이웃사촌이란 말을 되뇌어보면, 아무리 혈육일지라도 만남이 소연하다면 남과 다를 게 없다. 차라리 이웃사촌이 더 가까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만남이 없으면 상호 간 이해를 도모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굳이 만남이 호의호식을 해야만 뭔가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연 중 몇 번일지라도 만남으로서 한 조상의 피를 받은 혈육 간이란 걸 확인하는 자체가 끈끈한 정으로 이어져 동고동락할 힘의 원천이 될 수 있겠다.

명절 차례 상 차림을 힘겨워 하는 예가 다반사인데 사실상 차례 상 차림 자체를 통해 만남 후에 평소에 흔히 먹어보지 못한 특별한 음식을 함께 먹어볼 수 있다는 점을 우선해보면 그 또한 의미는 물론 따뜻한 정감이 넘쳐나지 않나· 물론 혈족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드는 자체가 전통음식의 전수기회도 된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협력하다보면 애환을 통해 배려와 이해를 넓힐 수 있으니 이 또한 반드시 가져봐야 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차례나 제례를 올리려면 우리 고유한 전통의 형식이 그리 쉽진 않다고 지레 겁부터 내는 경향인데 실상 형식을 알고 보면 여느 때 생활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차례를 올린 후 참석자들 모두가 나눌 음식이니 누가 수고를 해도 어차피 해야 할 일로 정갈하고 맛있게 정성껏 만들면 그만이다.

다음으로 상차림에서 진설 순서는 평소와 달리 다소 형식을 요구하나 집사자 중심으로 맨 앞줄로부터 과일, 삼색 나물, 탕(육탕, 어탕, 소탕), 적(안주류) 그리고 위패 앞에 메(추석엔 송편, 설엔 떡국, 기제에는 밥)를 진설한다. 진설 후 전체적 조화를 살펴보면 정중함과 아름다움을 총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사실상 가풍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는 편인데 무엇보다 고인을 기리는 정성이 소중할 뿐이다.

만남으로 정을 나누다보면 삶의 지혜도 공유할 수 있다. 남과도 삶의 애환을 나누고 협조를 구하는데 하물며 혈족 간 마음을 터놓고 무슨 말인들 나눌 수 없겠나. 조상의 뿌리를 찾아 안다는 자체만도 그 무엇에 비하랴.

삶이 고달프다고 일확천금만 구하면 만사가 형통하는 건 아니다. 마음이 풍족해야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넓힐 수 있다. 자칫 일신만 편하면 그만인 양 한다면 마음의 공허는 어찌 감당하랴.

마음공부를 넓혀가기 위해 내 뿌리를 찾아 떠나는 명절날 민족 대 이동은 면면이 이어오는 거대한 민족정서에서 비롯하는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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