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소두머니, 그 독특한 지명의 유래와 이하곤

2014.10.07 16:17:46

조혁연 대기자

진천군 초평면 연담리와 문백면 은탄리 사이의 하천에는 '소두머니'로 불리는 독특한 지명이 존재하고 있다. 한자로는 '牛潭'(우담)으로 적는다.

소두머니는 물이 맑고 깊은 가운데 모래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마치 해수욕장을 연상케 하고 있다. 또 동쪽과 서쪽으로 길게 뻗은 산이 기암절벽을 이루고 있어 명승의 풍광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일대는 산의 끝이 용의 머리같이 생긴데다가 마치 내를 건너는 형상이라 하여 도용(渡龍)골로도 불리우고 있다. 진천군에서는 이같은 전설을 바탕으로 매년 농다리에서 '소두머니 용신놀이'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나 전설의 출처는 연담-은탄리 하천의 소두머니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이같은 명승을 그냥 지나칠리 없다. 조선 순조-고종 연간의 인물로 정해필(鄭海弼·1831-1887)이 있다. 그는 송달수(宋達洙)의 제자로, '조암집'을 저서로 남겼다. 그가 이런 시를 남겼다.

진천 소두머니 모습.

'깊은 물 맑고 푸른데 산을 뚫은 듯(一泓澄碧穿雲山) / 조그마한 배는 역류에서 가볍게 출렁이도다(漁·輕·溯中間) / 도인을 따르는 곳에 진정한 낙이 있구나(道人隋處得眞樂) / 반나절이나 고기떼 새떼 오락가락하는 한가로운 곳 왕래하도다(牛餉管來魚鳥閒)'.

청주대 정종진 교수는 이에 대해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는 은일처사(隱逸處士)의 안빈낙도 하는 삶이 잘 나타나 있다"며 "도교의 신선사상도 엿보인다"고 밝혔다.

진천군이 펴낸 '내고장 전통 가꾸기'에는 조선시대 김진환이라는 인물이 지은 칠언율시 '우담제월'(牛潭 霽月)이 실려 있다.

'달은 우담에 있는 나무 그늘에 걸렸는데(牛潭月掛樹陰繁) / 아름다운 경계는 비 개인 마을에 서리었구나(光景偏多霽後村) / 경굴은 짙은 안개 헤쳐 버린 듯(瓊窟披來霧色) / 금물결은 진세의 때 묻은 흔적 씻었구나(金波洗出点塵痕) / 대나무 그림자 번득번득 길게 드리웠는데(亂明竹影長堂戶) / 매화꽃 아름다운 향기 술잔에 드는구나(暗動梅香自入樽) /…/.'

이 시는 비가 개인 후 우담에 비치는 밝은 달빛을 서정적으로 노래했다. 특히 비개인 후 달빛이 만들어내는 '금물결'과 '매화꽃 향기의 술잔' 등의 시후각적인 시어는 서정성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완위각 주인 이하곤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산수애호 사상가였다. 그는 완위각의 진천과 식영정이 있는 괴산 청천 낙영산을 찾아 산수애호의 마음을 시로 남겼다. 그 역시 초평서 가까운 소두머니를 찾았다.

'소가 빠진 때는 알 수 없고(不見牛沈時) / 다만 소를 가라앉힌 일만 전하네(但傳牛沈事) / 깊은 물속에 늙은 용이 있어서(鴻下有老龍) / 홀로 명월을 품고 잠들어 있다네(獨抱明月睡).'-<초평25영 침우담>

앞서 소개한 2편의 한시에는 왜 이곳의 지명이 '소두머니'가 됐는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이하곤의 시에서 비로소 지명 '소두머니'의 유래가 선명히 느껴지고 있다. 본래 이곳은 생우(生牛)를 물속에 수장한 후 제사지냈다는 뜻에서 '침우담'(沈牛潭)으로 불렸고, 그것이 변해 '우담'이 됐다.

이하곤은 이런 침우담을 방문해 '잉어를 낚아 회로 먹으며 밤늦도록 노닐다 돌아오기도 하였다.'(令漁者設網捕鯉 斫膾佐酒 至夜乃還·출처: 두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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