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수많은 풍경들이 있지만, 이처럼 다정한 풍경이 있으랴. 세상에 많은 언어 가 통용되지만 품는다는 말처럼 따뜻한 언어가 있으랴. 다정함과 따뜻함…. 새는 알을 품고, 품어 낳은 알을 둥지가 품는다. 더 이상의 욕심이 일지 않는, 차분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림을 감상하는 정석이 있겠지만 나의 경우 느낌을 터치하며 이는 감정의 파문에 온전히 맡기며 감상한다. 자연과 합일한, 작가스스로 느껴진 감정을 화폭에 투영하여 미적정서를 형성한 화제畵題 '무심천의 손님'에 마음이 머문다.
손님이란 말이 정답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강물에 얹혀 향방도 모른 채 우리는 어디론가 떠밀려 간다. 녹록하지 않은 삶으로 인해 무심천을 잊고 사는 이들에게 손님이 찾아왔다고, 주변 한 번 보고 가라고 작가는 그림을 통하여 마음을 두드린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을 물어다 교교··하고 촘촘하게 둥지를 잘도 지었다. 새가 떨어뜨린 다섯 개의 하얀 물새알이 하도 정다워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다.
청주 시내를 관류하는 무심천은 도시절반을 동서로 나뉘면서 흐른다. 청주시민 이라면 무심천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 무심천은 33.5㎞에 이르는 금강의 제2지류이다. 청원군 가덕면 내암리 567m 지점 북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문의면과 남일면 일대를 지나서 청주시를 관류하여 북일면과 청주시 원평동 사이 미호천으로 흘러든다. 무심천을 중심으로 도시청주가 발달해 있으며, 미호천과의 합류지점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강 유역 일대는 나지막하고 비교적 평탄한 구릉성 산지인데 농경지와 과수원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충북선이 북부 유역 일대를 지난다.
서울에 한강이 있고 대전에 갑천이 있다면 청주엔 무심천이 있다. 무심천은 청주시민의 쉼터이자 친구이고 연인이다. 코스모스가 무리지어 흔들리는 날은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김밥한줄 가지고 나가 보자. 자전거 대여소에 신분증만 제시하면 인심 좋게 내어주는 자전거를 타고 세종까지 달리면서 하나임을 확인해봄도 좋으리니. 그리움에 허기진 사람처럼 문득 외로워지는 가을날엔 무심천변을 걸어보시라. 은빛억새바다가 서걱거리며 위로하여 주리니. 건강을 잃고 약해진 몸으로 매일 나가 걷는 이들은 회복을 경험하기도 하는 무심천, 무심천은 청주시민 정서의 젖줄이다.
무심천의 손님
90.9*65.1cm Oil on canvas
ⓒ이상선작가
「무심천을 산책하다 우연히 만난 새둥지, 지푸라기를 가지고 둥지를 틀기보다 인간이 버린 곳곳의 끈 같은 것으로 둥지를 튼 것이 안쓰럽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며 자신만의 꿈을 꾸는 새알을 보면서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을 가꾸어 줘야 한다는 책임을 느꼈다.」화제畵題 '무심천의 손님' 이상선작가의 작품설명처럼, 조건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에 의연히 적응해 가는 자연을 대하니 숙연해 진다.
천년을 두고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무심천물결은 잘잘거린다. 파란 하늘을 이고 물새한마리가 선회하며 낮게 난다. 삶의 쉼표가 필요한 사람끼리 어깨를 맞대고 무심천변을 걸어보시라. 설렘이 아니어도 그저 침묵이어도 하나의 너울로 하루쯤 행복하리니. 아직 남아 있는 날들에 대하여 감사가 절로 나오리니.
어느새 그 하루가 하늘만한 그리움이다.
/ 임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