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교사의 불편한 삼각관계

2014.10.21 14:01:15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요즘 컴퓨터, 스마트폰, 패드 등의 도입으로 교실 환경이 변화해가면서 수업 방식도 변해가고 있다. 과거의 교실은 칠판과 분필로 그 모습을 상징화할 수 있다. 교사는 곧 분필이고, 분필은 곧 교사였다. 하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과거 교실의 지배적인 수업방식인 판서와 필기는 점차 낡은 것으로 인식되고, 맨손 수업이라는 비난을 당하고 있다.

1996년 교육부는 '교육정보화촉진시행계획'을 발표하여 체계적으로 교육 정보화 기반을 구축하려고 하였다. 교육부가 이런 멀티미디어 기기를 도입한 취지는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문제 해결 중심의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교실수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였지만 교실 수업을 곧바로 바꾸어 놓지는 못하였다. 이것은 교단 선진화 기기를 사용하는 교사들이 여전히 교사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머물러 있었고, 교단 선진화 기기들은 빈번한 오작동으로 오히려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는 등 여러 미흡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흐름을 받아들여 2011년 정부는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하였다. 즉, 모든 교실의 학생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 기기를 바탕으로 모든 학습 정보들이 통합 연계되어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도움을 받으면서 좁은 교실의 벽을 넘어서서 새로운 학습이 열릴 전망이다.

과연 이런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은 교사와 교육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2013년 TED 우수상을 수상한 인도의 수카타 미트라 교수가 시골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바로 '벽 속의 구멍 프로젝트(Hole in the Wall project)'이다. 수카타 미트라 교수는 교사들이 근무하기 회피하는 열악한 지역에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에 주목하여, 이들이 교사없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고안하였다.

문자를 배울 수 없는 척박한 지역에 미트라 박사는 벽에 구멍을 뚫어서 인터넷이 연결되어있는 윈도우 영어 운영 체계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설치해 두었다. 이 신기한 장치를 보고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몰려들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아이들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호기심과 상호 협동으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작업들을 스스로 터득한 것이다. 수카타 미트라 교수의 실험은 테크놀로지가 가진 교육적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서, 교사 중심의 교육에 도전하는 혁명적인 실험이었다.

하지만 이 실험이 단순히 교사의 존재를 부정하고 테크놀로지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이 실험을 통해서 우리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었던 것이다. 교사가 지식을 전달해 주지 않아도 학생들은 스스로의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능동적인 학습자라는 사실이 분명해 진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전달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조력자와 안내자로 그 역할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렇듯 테크놀로지는 그 자체로 우리의 교육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지는 못한다. 따라서 테크놀로지의 단순한 활용을 넘어서 학습자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적 시도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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