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상을 가까이 하라

2014.10.22 14:57:58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누구나 현실은 답답하고 숨이 막히게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압도하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분들이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방법가운데 최고는 평소에 최악의 상상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최악의 상상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단단한 방어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방어벽은 위기에서 당신을 구해줄 것이며 그 어떤 상황에 처해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말 역대 최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정작 삼성의 내부 분위기는 좋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목표했던 영업이익에 도달하지 못했고 외부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기업 평가의 상징인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애플과의 특허소송 등 현안을 포함한 애널리스트들의 미래 전망치는 한마디로 '우울 모드'에 가깝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무리 그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천하의 삼성인데?'

하지만 그건 밖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 삼성 내부의 분위기는 다르다.

'마누라랑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말할 때도 삼성은 잘 나가고 있었고, '비상 경영'이라며 이건희 회장이 직접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극대화했을 때도 삼성은 잘 나갔다. 그런데 '대한민국 역대 최고'를 달성한 이후 지금까지 완전 우울한 분위기 그 자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직원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걸까. 잘 나가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위기야'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더 열심히 일을 하라고 독려하기 위해서일까.

그런데 이런 모습은 애플도 마찬가지이다. 애플도 최근 수개월간 '경영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1천500억달러(약163조원)가 넘는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환액수가 약 3천억 달러 정도니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 까짓것 몇 년 동안은 그냥 수세적인 방어만 하고 있어도 충분히 회사를 운영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것 역시 외부인의 생각일 뿐이다.

애플과 삼성이 이렇게 남들이 볼 때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그들이 늘 '최악의 상상' 즉, '자칫하면 우리도 망할 수 있다'는 가정을 늘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에 관한한 맹주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노키아가 한방에 무너진 것도, 아날로그 필름과 카메라의 왕국이었던 코닥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따라잡지 못할 것 같았던 소니의 몰락에서도 보듯이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가 빨라진 지금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은 우리나라가 TV와 스마트폰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사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1~2위를 한 적이 있었던가· 고속도로를 깔며 '잘 살아보세'를 외쳤던 것이 불과 수십 년 전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1~2위를 하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또 다른 어떤 나라, 혹은 또 다른 어떤 기업이 순식간에 1~2위로 치고 올라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기업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를 꺾고 잘나가는 상황이라면, 언젠가는 또 다른 제3자가 당신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늘 '최악의 상상'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최악의 상상'을 하면서 끊임없이 준비하고 대비하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된다. 오히려 점점 더 최고를 향해 나아가게 되고 '미래의 최고'를 향한 가능성을 점점 더 높이게 된다.

'늘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상상은 이렇듯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현실을 미래의 성공으로 바꿔주는 대단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위기 상황에 처해도 이미 그것을 대비해나갈 수 있는 플랜B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발 빠르게 변화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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