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여전한 공사현장 안전불감증

2014.10.23 11:42:04

안전사고 소식은 날이면 날마다 심심찮게 들려온다. 신문과 방송의 주요 면과 시간을 장식할 때가 많다. 귀가 닳도록 안전사고에 대한 뉴스를 듣고 있다. 그런데도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하다.

충북의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안전불감증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도로확장 공사 현장에서 안전을 위협할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481억 원이 투입된 '운암~미원 도로건설공사' 사업의 일부 구간 교량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교량 충격완화 장치인 교좌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발생한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문제를 알고도 감추려 한 점이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지난 7월 이미 균열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시공업체는 두 달 넘게 쉬쉬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 한 마디로 안전불감증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요행을 바라는 '운칠기삼'식의 공사 진행 방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빠르면 올 초부터 균열이 시작됐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교좌장치는 사람으로 따지면 무릎에 해당한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균열이 발생했다면 재시공 사유에 속하는 중대한 하자다. 앞으로 문제가 또 다시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감독기관인 충북도는 이 기회에 규격에 맞지 않는 제품이 검증 없이 사용되지 않았는지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 반복되는 대형 참사를 예방하려면 우선 시공이 안전해야 한다. 안전기준이 각 분야에 구체적으로 녹아들어야 한다. '관 주도의 안전'에서 벗어나 안전한 문화를 만들 수 있는 민·관의 소통 과정 역시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안전기준은 최고가 아니다. 그저 최소 이 정도 이상은 돼야 한다는 기준 일뿐이다. 그런데 이것만 지키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안전규정을 목적에 맞게 세부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를 막으려면 작은 위험요소라도 한 번 더 고려하는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식개혁 운동이 필요하다. '안전규정을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떨어진 '전시성 규정'으로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를 겪었지만 경쟁과 몰아치는 문화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안전 문제를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문화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문화는 의식에서 만들어진다. 안전문화가 우리 의식 깊이 뿌리 내려야 비로소 안전도 담보된다.

우리는 '운암~미원 도로건설공사' 사업의 일부 구간 교량 균열 원인을 밝히고 관계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발주기관인 충북도와 감리·시공업체 모두 관리·감독과 시공 소홀 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있을 지도 모르는 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모두가 안전의식을 실천해야 안전불감증을 떨쳐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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