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호와 남자1호, 그들의 필살기

2014.10.27 13:18:35

백경미

전 충북여성발전센터 연구개발팀장

이 지면을 통해 여자1호와 남자 1호란 이름으로 소개한 바 있지만, 우리집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다시한번 꺼내 보려한다. 요사이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라 이 녀석들과 함께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사람들게 관심과 사랑, 보살핌을 받기위한 이들의 필살기가 정말 다르지만 나름 이유도 있어 재미있다.

말티종의 여자1호는 하얀털에 검고 동그란 눈 누가 봐도 귀엽고 예쁜 강아지 인지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지만 진돗개도 아닌 녀석이 가족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다. 산책을 할 때도 미모의 여자1호에게 행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지만 그녀의 관심은 다른 개들에게만 쏠려있다.

밖에서와는 달리 가족의 관심에 대한 여자1호의 집착은 대단하다. 이 녀석에게 우리는 모든 관심과 관찰의 대상으로 주인의 일과의 패턴이나 동선을 환하게 파악당하고 있다. 어떤 물건을 들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고 미리 앞서 꼬리치고 기다리고, 차에 태워 가다 속도가 줄어들면 주차 하고 있다고 미리 파악하고 자신도 내려달라고 '낑낑' 댄다. 주인의 애정을 두고 남자1호에 대한 견제도 대단해서 조금이라고 서운하다 생각되면 질투의 화신으로 어김없는 응징을 가한다. 말하자면 사람의 관심과 사랑, 보살핌을 받기 위한 여자1호의 필살기는 주인에게 집중되어 있고 표현이 적극적이다.

여자1호보다 몸집도 작고 서열도 낮은 포메 종 남자1호의 필살기는 또 다르다. 이녀석은 주인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여자1호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조금은 저렴(·)하게 입양했는데, 저렴한 이유가 '심하지는 않은 뒷다리의 장애' 때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족과 이미 인연을 맺은 이후에 발견되었다. 첫 만남에서 장애가 있는지도 몰랐지만 남자1호가 눈에 들어온 이유는 그의 필살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종의 다른 강아지들보다 외모는 좀 뒤졌지만 사람들의 관심과 손길을 갈구하는 눈빛과 몸짓은 그가 가진 장애를 묻어버리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이 된 이후에도 아픈 뒷다리를 끌고 다니면서 자신은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눈길과 몸짓을 통해 각인시켰고 그 필살기를 통한 가족의 손길 때문인지 그리 멀지 않은 거리는 무리없이 산책할 수 있을 만큼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 산책 중에서도 주인 외에는 곁을 주지 않는 여자1호와 정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눈빛과 애무를 갈구한다. 말하자면 남자1호의 필살기는 '나는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해요'라는 눈빛과 연약한 몸짓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약점과 장애를 극복한 나름 대단한 녀석인 것이다.

야생의 동물들은 병이 들거나 상처를 입으면 이를 필사적으로 숨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신체적 약점을 들키면 도태되거나 강자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병이 들거나 상처를 입으면 타인에게 알리고 관심 받고 위로 받고 싶어 한다. 경쟁의 세계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고 이를 보살피는 人情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이 깊어 피부를 스치는 찬바람에 몸도 마음도 움츠러들 수 있는 때가 다시 찾아왔다. 주변에 누가 아픈지 그 사람은 어떠한 필살기로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지 관찰하는 그런 여유도 찾아보는 넉넉한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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