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 그리움과 희망으로 물들다

내달 3일 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 안무가 노현식 무대에 오르다

2015.03.29 19:55:03

청주시무용협회 노현식(43)회장의 무대가 세계로 확장(擴張)되고 있다.

싱가포르 DES ARTS(DANCE ENSEMBLE SINGAPORE)의 초청으로 노현식 무용단-다큐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연장 빅토리아 극장에서 내달 3일부터 4일까지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40세의 나이에 외로이 스러진 불운의 천재 화가 이중섭(화가, 1916 -1956)의 그림 <달과 까마귀>를 모티브로 화가의 삶과 죽음을 그만의 춤으로 표현했다.

작품 '달과 까마귀'

노현식 회장은 "이번 공연의 주제는 <가마>다. <가마>는 흙으로 빚은 도자기에 생명을 준다. 뜨거운 열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자기로 잉태하는 역할을 하는 자궁과도 같다"라며"이중섭의 작품 <달과 까마귀>도 결국 생명과 연결된다. 노란 보름달이 뜬 맑고 검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세 가닥의 검은 전선에 앉은 까마귀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림의 기본 패턴을 따라가며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 했다."라고 말한다.

'달과 까마귀' 공연 모습

이번 무대에 올릴 <달과 까마귀>는 이중섭 말년의 고독과 절망이 담겨 있는 작품. 사랑했던 아내 마사코와 두 아이를 타국으로 떠나보내고 40세의 나이에 홀로 세상을 떠난 아픔이 그대로 담겼다. 녹록치 않은 생활 속에서 하늘에 환하게 떠오른 달을 통해 그리움과 희망을 품었던 이중섭이었다. 무용 작품은 이중섭이 지녔던 절망과 고독,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희망과 간절함을 관객들에게 절절히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가 이중섭 탄생 100주기다. 위대한 우리의 화가 이중섭의 작품을 싱가포르의 빅토리아 극장에 올릴 수 있어 영광이다. 한국 무용의 깊이와 가치를 알리고 싶다. <달과 까마귀>에서 전기선은 탯줄의 표현이다. 사람들은 줄을 타고 살고, 죽을 때는 줄을 몸에 두르고 죽는다. 마치 영화 필름처럼 형상화해보면 이해가 된다. 이번 공연의 주제인 도자기의 <흙>과도 일치한다. 흙은 생명의 근원이다. 생명을 잉태하기도 하고, 생명을 거두기도 한다. 까마귀가 앉아 있는 전선을 보면서 <끝>을 봤다. 그것은 염(念)이다."

3일 싱가포르 공연 포스터

싱가포르 빅토리아 극장은 1862년 시청 건물로 지어진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1901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죽음을 기리며 극장으로 재탄생했다. 1979년 빅토리아 콘서트홀로 명칭이 바뀌어 사용되다 최근 몇 년간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공사를 마치고 싱가포르의 랜드 마크로 명성을 얻었다.

노현식 무용단-다큐는 그동안 해외 예술가와의 꾸준한 협업에 주력하며 국제무대 진출을 겨냥한 포석을 마련했다. 2011년 DES ART와 협업한 SWORD CHESS (SOTA theatre)는 한국 무용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역동적인 무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작품은 이후 중국,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 초청받아 호평을 받았으며 우리 춤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터뷰하는 노현식 회장

2012년 月-情(Kallang theatre), 2013년A Moving Chronicle (LASSALE theatre) 등 3년 동안 세계문화의 중심 싱가포르에서 한국의 춤을 소개했다. 한국 전통 춤의 호흡법에 노현식 안무가의 특유의 움직임을 접목시킨 기법으로 노현식 무용단-다큐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노 회장은 1971년 대전 출생으로 현재 노현식무용단-다큐 대표, 구미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안무자, 목원대 스포츠산업과학부 겸임교수, 한국무용협회 청주시지부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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