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명소 그림여행 - 무심천 벚꽃

2015.04.09 17:47:08


찬란하게…. 아름답게…. 황홀하게…. 밤하늘에 흩어지는 꽃 이파리들을 따라가면 어디까지 이를까. 아롱아롱한 꽃망울들이 못내 참지 못하고 튀밥처럼 튀어 공중에 흩어진다. 누구에게 보낼까. 저 영롱한 꽃 이파리에 담긴 연모의 망울들을. 누구에게 바칠까. 저 높은 벼랑 위에 남긴 까치밥처럼 어여쁜 오색사탕들을. 누구에게 전할까. 너무 아름다워 슬픔의 눈(雪)처럼 변해 파편으로 터진 심사를. 황홀한 슬픔이라했던가. 畵題 '그해, 어느 봄' 그림이 하도 눈부시어 슬픔처럼 애잔하기까지 하다.

봄을 맘껏 공연하는 벚꽃계절이 왔다. 흐드러진 벚꽃이 환하게 거리를 물들인다. 온 세상을 하얀 물감으로 온통 칠해 버리려는가보다. '봄이면 무심천변에 벚꽃들이 만개하여 찾는 이들이 많다.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지만 느끼는 향기, 감정은 해마다 다르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강, 한 결 같이 그 자리를 지키며 무심하게 말없이 흐르는 천, 내 마음의 안식처이다.' 라고 말하는 김현경작가의 작품설명은 끝내 무심천야경 속으로 나가고야 말게 했다. 많이도 나왔다. 밀물처럼 밀려오는 사람들도 도시도 꽃바람에 들떠있다. 봄밤을 수놓는 무심천야경 꽃 풍경에 취하여, 술렁거리는 인파에 섞여 천천히 걸었다.

그 아이…. 벚꽃야경을 그린 그림이 하도 아름다워 슬픔처럼 황홀하다 했더니, 정신이 아득하게 아름다운 벚꽃야경 길을 걸으면서 그 아이를 떠올린다. 선과 악이 공존하듯, 기쁨과 슬픔도 같이 다니고 찬란함과 어두움은 함께 있는 건가보다. 벚꽃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아이, 만개한 꽃들은 맘껏 피어보기라도 했거늘 한번 피어보지도 못하고 훔친 오토바이와 함께 벚꽃야경 도로 속으로 영원히 사라진 아이….

'그 해, 어느 봄'

116.8·91cm 장지에 채색 2014

ⓒ김현경
그날도 그랬다. 그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으로 가던 그해 봄, 그날 밤도 무심천변으로 꽃놀이 나온 인파물결이 오늘처럼 술렁거렸고, 사람에 치여 차들이 오늘처럼 가다서고를 반복했었다. 어린아이가 죽었다는데, 무심하게 흐르는 물처럼 무심천변 벚꽃은 찬란하기가 그지없었고, 사람들은 오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 아이는 야간질주로 어디까지 가려던 것이었을까.

겨우 십 칠년도 못살고 갈 것을, 서리까마귀 할퀴고 지나간 자리처럼 얼얼한 가슴을 움켜쥐고 살다 간 아이…. 부모에게 버려지고 구순할머니의 절대빈곤밥상과 정신지체삼촌의 매질에 거리로 나간 아이, 좌절과 허기짐으로 찾아든 교회에서 먹인 밥이, 가장 잘 차린 밥상이었던 아이였다. 커다란 눈을 가진 그 아이동공은 휭 했고, 바람소리 나는 텅 빈 가슴을 채우지 못해 좌충우돌 했었다. 그래도 꿈을 가져야 한다고, 동계수련회에 데리고 가서 말했더니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었는데….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성탄이브에 어설픈 분장을 하고 연기하던 연극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너무 앳된 영정사진을 보고 그 아이가 연기하던 연극의 한 장면처럼 짧게 막을 내린 생이 불쌍해서 억장이 무너지며 했던 생각이다. 인간은 땅에 발을 붙이고 살지만, 비상할 수 있다는 꿈만 잃지 않고, 따뜻한 사랑으로 돌봐주는 버팀목만 있으면 언젠가는 날 수 있는 것을…. 무심하게 흐르는 내, 무심하고 무정한 냇가에 벚꽃은 매년 어김없이 흐드러지건만, 그 아이는 세상 밖으로 사라졌다.

장미보다 예쁜 벚꽃을 촘촘한 색채로 표현한 畵題 '그해, 어느 봄' 그림 속의 꽃 이파리들, 별 조각처럼 공중에 흩어지는 아롱진 꽃잎들, 황홀한 그림 한 점에서 그 아이의 넋처럼 애상한 비애를 연상한 것은, 그림이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일게다.

/임미옥 기자

◇김현경 작가 프로필

-충북대학교 미술과 동양화전공 졸업

-충북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재학

-2014 /

충북인문자연진경전, 충북민예총20주년 전국작가초대전

청주예술의전당'Talk Talk Talk'展(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에코캠프 지구별 캠핑展(청주예술의전당)

<꽃이 필 때>전 (길가온갤러리)

-2013 /

쌀 한가마니展(청주갤러리)

소통과 교감展(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숨&숲초대기획전(청주예술의전당)

-2012 /

충동 展(충북대학교 미술관 전시실)

10 Coming Together신진작가 특별전(신미술관)

청주지역 미술대학 우수졸업작품전(우민아트센터)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