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봄소풍…청주 원평중 2학년, 무심천변 산책길 소풍

우리고장 생태·역사·문화 속으로 '풍덩'

2015.05.03 18:52:26

[충북일보] 대중가요의 노랫말은 그 시대 문화의 바로미터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즐겨 듣는 가요의 노랫말에는 자연이 없다. 한 세대 전의 가요만 해도 인간사와 교감하는 자연의 풍경들이 듣는 이의 가슴에 서정적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들길 따라서 나 홀로 걷고 싶어. 작은 가슴에 고운 꿈 새기며 나는 한 마리 파랑새 되어 저 푸른 하늘로 날아가고파……"등의 노래는 자아성찰과 동시에 절로 미래의 부푼 꿈을 그려보게 했다.

그 실종된 자연을 찾으러 중학생들이 나섰다. 원평중학교 2학년, 바로 그 무섭다는'중2'들이다. 도시화 산업화된 공간에서 사람들끼리만 부딪히다 보면 인간관계 사이에 무수한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아이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학교폭력대책 방안으로 스포츠 활동을 비롯한 여러 가지 대안이 많이 생겨났지만, 자연의 뭇 생명체들을 접하는 것이야말로 생명과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장 중요한 교육적 효과를 거둘 것이다.

미션을 부여받고 화이팅을 하는 원평중학교 2학년 학생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일 9시부터 오후2시까지 무심천변 산책길에 이루어진 원평중학교 2학년의'봄 소풍'은 충북 혁신학교 추진에 있어 대안적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그들만의 특별한 봄 소풍에서는 무심천 체육공원에서 미호천, 무심천 합수머리를 거쳐 문암생태공원까지 약 8km의 거리에 있는 모든 나무와 풀꽃 등은 아이들과 눈빛을 교환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평면적 화면 터치에만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의 손길이 신록과 꽃잎의 입체적 생명감을 만져보면서 봄 햇살처럼 반짝이듯 약동했다.

"무심천의 자연을 보며 친구들과 부족했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무심천의 역사와 생태를 구간별로 생태전문 선생님들에게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고장 무심천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소풍을 기획한 원평중학교 한은순 교사는 여기저기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로 달려갔다.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주었다. 한 학생이 소리를 친다.

"꽃반지 예쁘죠?"

모듬별로 창질경이풀을 찾고 있는 학생들. 창질경이풀로는 왕관을 만들어 써야 한다.

토끼풀꽃으로 만든 반지가 학생의 손에서 나풀나풀 흔들리고 있었다. 인증 샷을 찍어 어디론가 보낸다. 다른 학생은 창질경이풀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쓰고 임금흉내를 낸다. 주변의 학생들은 까르르 웃으며 박수를 친다. 한쪽 무리 학생들은 풀섶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원평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나라 토종 풀을 찾고 있다.

"애기똥풀을 찾아요. 그걸로 손톱에 물들이는 거죠. 첫 번째 미션이거든요."

한 학생이 도감에서 본 애기똥풀을 찾았다. 학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달려가 풀을 뜯어 주변의 돌에 찧는다. 으깨어진 풀잎을 손톱에 올려놓는다. 학생들의 얼굴에 보송보송 땀방울이 맺히면서 볼이 발그레하다. 애기똥풀의 꽃물이 그들의 가슴까지 노오랗고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흥덕교에서 제2 운천교까지가 첫 번째 미션이다. 모둠별로 창질경이풀로 목걸이 만들기, 왕관 만들기, 애기똥풀로 물들이기, 버드나무 잎 하나를 물고 인증 사진 올리기, 토끼풀 팔찌와 반지 만들기, 야생화 꽃다발을 만들어 인증사진 올리기다. 스마트 폰에 자연을 담아내니 학생들의 마음이 정화되는 듯 했다.

무심천 산책길을 걸으며 자연과 함께 생태체험을 하는 원평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모습.

무심천에 나는 물고기 알아보기, 토종과 외래종 식물 구별해 보기, 무심천 생태피라미드 조사하기, 무심천 억새 살펴보기 등 다양한 생태공부도 마련되어 있었다.

송천교에서 문암동까지의 미션은 지구온난화로 삶의 보금자리를 잃어가는 남극 펭귄을 살릴 수 있는 생각구간이다. 사색의 시간을 통해 상생의 마음도 배워나갔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아득한 동요가 시절을 거슬러 아이들의 입에서 구전(口傳)되듯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슨 꽃을 찾으러 왔느냐?'라고 묻자, 학생들은 '담임선생님 꽃'이라고 대답했고, 친구의 이름 앞에 '꽃'을 붙여주자 서로의 꽃이 됐다. 스승과 제자 그리고 친구들은 구간마다 주어진 미션을 통해 하나가 되고 있었다. 문암동에서 미호천, 무심천 합수머리 그리고 문암생태공원까지 박광수 강사로부터 '정북동 토성과 합수머리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얼굴이 사못 진지했다. 자연의 정기 속에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아이들의 얼굴이, 이 봄날 신록의 화룡점정이었다.

17세기의 코메니우스(Comenius,J.A.)는'자연은 가장 위대한 교사'라고 말했다. 물질문명의 풍요 속에 자연은 이렇듯 학생들에게 사랑과 우정을 심어주고 있었다.

김가민(원평중·2)학생은"선생님께 체험학습을 무심천으로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며"막상 친구들과 어울려 미션을 수행하다보니 친구들과 더 친해졌다. 우리고장의 무심천에 무엇이 살고 있으며 어떤 풀들이 자라고 있는지 알게 됐다. 날씨가 더워 힘은 들었지만 재미와 보람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날의 봄 소풍은 아이들 저마다의 가슴에 특별한 노랫말 하나 지어놓았다.

/ 윤기윤기자 jawoon62@naver.com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현재위치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