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어버이날 오후 3시께 만난 홀몸 노인 박(여·96) 할머니의 뒷모습이 왠지 더 쓸쓸해 보인다.
ⓒ김동수기자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홀몸 노인은 모두 4만5천488명(지난 2013년 기준)이며 이 중 국민기초생활수보장수급권자는 9천134명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다.
어버이날인 지난 8일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96세 박 할머니를 찾았다.
"몸이 불편해서 오래 서 있지 못해"
대문을 연 뒤 현관 문 앞에 걸터앉은 박 할머니의 오른쪽 귀에는 밴드가 붙여져 있었다.
이날 병원을 가기 위해 대문을 나서다 골목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가족이 있었으면 병원까지 부축을 받았겠지만 박 할머니에게는 남편도 자식도 없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이 집에서 남편과 자식 없이 혼자 산 게 벌써 50년째다.
하루 중 유일하게 만나는 사람은 하루 한 번 인근 복지관에서 도시락을 가져다주는 봉사자가 전부다.
"그래도 어버이날이라고 복지관에서 카네이션 하나 갖다 주더라고"
다른 누구에게는 흔한 카네이션이지만 박 할머니에게 그것은 특별해 보였다.
"가슴에 카네이션 많이들 달고 다녀? 예전에는 어버이날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다 달고 다녔는데…."
일주일에 한 번 병원을 가는 것 이외에 외출이 힘든 박 할머니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한 듯했다.
보통 식사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음식을 잘 해먹지 않는다고 했다.
"복지관에서 가져다준 도시락을 먹지. 입이 달지 않으면 그냥 저녁때까지 먹어"
하루 많아야 도시락 1개로 두 끼를 해결하고 있다.
그런 박 할머니에겐 먹는 것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남편과 자식도 없는 박 할머니는 점점 나빠지는 건강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 들어갈 수 없다.
"남들처럼 돌봐줄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설에라도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중에 죽으면 장례는 또 누가 치러줄지"
어버이날인데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쓸쓸하다고 말을 잇던 박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비췄다.
시간이 흐른 뒤 떠나는 취재진을 향해 박 할머니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도 오랜만에 재미지게 이야기해서 즐거웠어. 차 조심하고 어여 들어가"
특별한 날이지만 홀로 하루를 보내는 박 할머니의 뒷모습이 더 쓸쓸해 보였다.
/ 김동수기자 kimds03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