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음도 지혜다

혜철스님의 지상설법

2015.07.13 15:13:10

혜철스님

옥천 대성사 주지

이상한 술법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스승이 가르치는 것을 단박에 깨달았지만 그가 배운 술법은 아직 스승에게는 미치지 못했다.

어느 날 스승은 밖에 나갔다가 손님을 만나 술에 취해서 돌아왔다.

스승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평상에 걸터앉았는데, 순간 평상의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제자는 재빨리 몸을 평상 밑으로 밀어 그것을 떠받쳤다.

그런 줄도 모르고 스승은 평상에 넘어져 곧 잠이 들었다.

제자는 평상 밑에서 몸을 빼면 스승이 바닥으로 떨어질까 싶어 몸으로 평상을 받친 채 밤을 지새웠다.

이윽고 새벽이 되자 스승은 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 제자가 평상 밑에 몸을 밀어 넣은 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깜짝 놀란 스승이 제자에게 물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게냐·"

제자가 고통을 참아내며 스승에게 대답했다.

"스승님께서 어제 술에 취해 평상에 걸터앉았는데, 그만 평상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몸으로 이 평상을 떠받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스승은 제자의 정성에 감동해 이렇게 말했다.

"나의 술법을 모두 너에게 가르쳐도 조금도 아깝지 않겠다."

그날 이후 스승은 자신의 술법을 모두 제자에게 전수해 주었다. 그런 다음 스승은 제자를 불러 말했다.

"이제 한 가지만 전수하면 너는 나의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스승은 소금물을 마셨다가 땅에 토해내며 말했다.

"자, 내가 토한 것을 먹어야 한다."

제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굽히고 스승이 땅에 토해낸 것을 먹으려 했다. 그때 스승이 제자의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만두라. 너는 이미 모든 것을 얻었느니라."

모두가 똑똑한 시대에 살고 있다.

모두가 잘난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때로는 바보 같은 우직함이 성공이나, 진리에 이르는 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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