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전 SK 감독, 청주고 찾아 깜짝 야구지도

2015.09.08 17:44:11


[충북일보] "45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언젠가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전설의 스타인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충북 청주고등학교 야구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이 감독은 지난 7일 청주고 야구부의 연습장인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단재교육연수원 야구장에 나타난 이 전 감독. 그는 선수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포수 3명을 모아 놓고 포구 동작과 송구요령을 지도했다.

야구경기에서 '안방마님'으로 통하는 포수는 투수와 함께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자리다.

현역시절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포수였던 이 전 감독은 먼저 포수들의 수비 자세부터 하나씩 바로잡아 줬다.

8일 오전에는 타격기술을 전수했다. 포수이면서 홈런왕 출신인 이 감독이 타격 이론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는 동안 선수들은 잠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어린 선수들의 진지한 태도에서 한국야구의 미래를 보았습니다. 야구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가 지도해 줄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프로야구 감독직에서 물러난 뒤 '야구 재능 기부'를 하며 남다르게 살아가는 이 전 감독은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요즘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주변에서 돈이 되는 일을 하라고 말을 많이 하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용히 야구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이 전 감독의 이번 재능 기부는 장정순 현 청주고 감독과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1990년대 초중반 삼성 라이온즈에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이 가운데 2년은 원정 경기 때 호텔 방을 같이 썼다.

내달 강원 강릉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를 앞두고 장 감독이 이 전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 전 감독은 KBO 육성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수행해야 하는 데다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지만 충북야구 발전을 위해 기꺼이 달려와 줬다.

그의 청주고 야구부 재능 기부에 서울대 야구부 주장 출신인 박현우 코치도 동행했다. 박 코치는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박사과정을 거치며 생리학과 역학을 전공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부상 방지와 효과적 훈련법에 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야구기술만 전수하는 게 아니다. 저녁엔 선수들을 모아놓고 정신교육을 한다. 이때 그가 가장 강조하는 말은 'Never ever give up'(절대로 포기하지 마)이다.

또 기본기에 충실할 것과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10년을 내다보고 연습해 줄 것을 주문한다.

현역 시절 '헐크'로 불렸던 이 전 감독은 별명다운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1년여 동안 야구 재능기부를 하며 전국을 누볐다.

신생팀이나 실력이 부족한 팀, 야구 불모지의 팀들을 먼저 찾아갔다.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감독이었지만 직접 슬라이딩 시범까지 보이고, 배팅 볼을 던져줬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잘하면 포옹해주면서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이 전 감독은 올해 20여 곳을 방문해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줬다.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도 '라오 부라더스'라는 팀을 창단해 분기마다 찾아가 야구를 보급하고 있다. 연말까지 제주도·목포·여수 등 야구 불모지를 찾아가 재능기부를 할 계획이다.

그는 "봉사한다는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유소년과 여자 야구, 불모지의 야구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야구 발전에 밀알이 되고자 마음먹은 이 전 감독은 9일까지 청주고 야구선수들을 지도한 뒤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시각장애인들을 지도한다.

청주고 주전 포수인 백종수 선수는 "롤 모델인 이 전 감독님의 가르침을 받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전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이번 전국체전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김병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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