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킬러콘텐츠 - 문희창 비엔날레부장이 추천하는 알랭 드 보통의 '특별전'

2015.10.07 19:40:27

※편집자

어떤 행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를 일러'킬러콘텐츠'라고 한다. 이번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3가지'킬러콘텐츠'를 김호일 사무총장, 문희창 비엔날레부장, 전병삼 예술감독 3人에게 추천 받았다.

알랭 드 보통 특별전포스터

[충북일보] 도심지의 숲은 오아시스와 같이 생명의 공기를 공급한다. 숲의 싱그러운 향기와 바람은 신선한 호흡으로 온몸을 감싸기 때문이다. 이러한 숲의 치유 능력을 발휘하는 곳이 이 가을 도심지에 생겼다. 이번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관에 마련된 치유의 숲이다. 그 숲은 '알랭 드 보통'의 생각과 함께 거닐 수 있는 사유의 공간이다. 문희창 공예비엔날레부장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킬러콘텐츠다.

문희창 부장은 "이번'알랭 드 보통'의 특별전은 방문하는 모든 분에게 귀한 선물과도 같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알랭 드 보통'이 국내 15명의 작가와 함께 이끌어 낸 작품들이 오롯이 펼쳐져 있다"며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이승희 작가의 '기억'부터 이어지는 작가들의 작품 숲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혼의 미술관', '불안', '행복의 건축', '왜 나는 너를 사랑 하는가' 등을 펴낸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올 가을, 우리에게 특별한 제안을 했다. 그는 '아름다움과 행복(Beauty and Happiness)'이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며 그 안에서 스스로 위안과 평안을 곳곳에 배치했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지혜, 평온, 자족의 삶으로 안내하는 공예를 보여주고 싶다. 공예는 단지 '예뻐 보이는'것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해 주는 도구다."

알랭 드 보통은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안내하는 도구들'을 잉태해 낼 한국작가 15명과 함께 마음을 나눴다. 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창작방향, 제작과정을 공유하며 작품제작을 진행했다. 작가들은 지난 1월, 청주를 방문한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창작협의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했고 음미했다. 이후에도 서신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아 만들어 낸 작품들이 바로 '특별전'이다. 그들이 마련한 특별한 숲에서 굳이 무엇을 얻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비운 상태로 유유자적 거닐다 오면 마음속에 차오르는 어떤 것들이 있지 않을까.

알랭 드 보통 예술감독(사진 왼쪽)·문희창 비엔날레 부장

알랭 드 보통은 세계 각지에 인생수업이라는 모토로 설립된 스쿨 오브 라이프를 통해 철학, 사색이 함께하는 삶에 대한 제안을 건네고 있다. 이처럼 철학과 소설에서 출발하여 사회기업가로 확장되는 그의 관심사는 최근 전시 연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네덜란드 라익스 미술관,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 멜버른 빅토리아국립미술관에서 전시 기획자로 참여했으며특유의 재치어린 인문학적 견해를 전시에 도입하여 커다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처음으로 젊은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주고받으며 글과 작품이 어우러지는 치유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 행복한 산책, 도심 속 대숲 길

이승희 작가의 '기억'

2015. 도자

'특별전' 첫 문을 열면, 먼저 대숲이 환하게 반긴다. 이승희 작가의 작품 '기억(記憶)'이다. 수많은 도자 대나무의 마디는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각자의 삶이 응축된 마디들이 이어져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뻗는 것 같다. 도자로 된 8천여 개의 대나무 마디마다 일일이 작가의 손을 거쳤다.

"지난 8월 중국 텐진항 폭발사고 현장에 있던 작품이다. 당시 소실될 뻔 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비엔날레 전시장에 도착했다. 행방을 몰라 가슴 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문 부장의 설명처럼 '조마조마한 기억'은 대숲을 거닐며 내내 따라왔다. 관람객들은 이 안에서 들리지 않는 바람과 햇살을 떠올릴 것이며, 아스라한 기억들이 대나무에서 울리는 공명음처럼 떠올랐다 사라질 것이다.

도시 사람들이 아파트 베란다의 화분들을 하나씩 가져다 전시해 놓은 듯 콘크리트 위에 펼쳐놓은 '가든하다'의 작품 '자연'은 익숙하여 반갑다. 작가는 "도심 속의 정원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길이다. 자연의 조각들은 손으로 만들어내는 생명의 기쁨을 더욱 아름답게 해줄 것이다."라고 말한다.

옻칠에 녹아있는 창작자의 번뇌와 희생이 돋보이는 강희정의 작품 '우아함'은 품격이 절로 우러난다. 이어 젊은 공예작가 김은혜는 "그릇은 무언가를 담는 용기다. 사람들은 한지가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옻칠로 마무리된 한지그릇은 물도 담는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 '강인함'은 우리 선조들의 강건한 영혼처럼 꼿꼿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김재성 작가의 '희망'

2015. 한지. 조명

"엄마, 저거 루돌프사슴이야·"

꼬마 관람객이 가리키는 손끝에 김재성 작가의 '희망'이 달리고 있다. 한지조명으로 형상화된 사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가 제시한 희망은 어둠을 환하게 밝혀주는 불빛이기도 하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목표이기도 하다. 균질한 빛이 맑게 투과되는 한지의 아름다움이 발하는 환함으로 마음속 따뜻함이 저절로 일렁인다.

◇ 추색(秋色)의 허한 마음에 편안함 깃들어

문채훈 작가의 '성숙함'

소반I. 2015. 나무. 옻칠

섬유에 옻칠을 겹겹이 입히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이뤄낸 문채훈의 작품 '성숙함'은 편안함을 준다. 그가 만든 목침을 베고 낮잠을 자고 나면 한결 개운할 것 같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들을 작업으로 풀어 놓은 김희찬 작가의 작품 '유연함' 앞에서 관람객들은 또 하나의 휴식처럼 멈춰 있다. 서하나와 유대영의 작품 '사랑'은 꽃을 품은 숲이다. 그들의사랑은 거대하면서 보편적인 주제 안에서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냈다. 이어 염승일의 '얼굴', 이광호의 '현재', 이유주의 '편안함', 이재범의 '불완전함', 정지민의 '노력', 차승언의 '무시간성', 최정유의 '동행' 등으로 난 길을 걷다보면 추색(秋色)의 허한 마음에 편안함과 행복이 어느 새 자리하고 있다.

작가들의 작품을 심리적 철학적인 측면에서 조망하는 알랭 드 보통의 소리 없는 안내에 따라 특별한 숲길을 걷고 나니, 이들과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깊은 대화를 나눈 듯 했다. 또한 교감과 공감의 따스함이 한 자락 마음에 깔린다. 특별전 산책이 끝나고, 바람 서늘한 전시관 밖 그늘에 앉아 '알랭 드 보통'의 책 '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을 펼쳐 들면 왜 특별함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선물이 하나 더 있다. 오는 10일 오전 11시 청주대학교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리는 특별강연에서 창작과정 뒷이야기를 포함, 공예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이 한국으로 달려와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번 '특별전'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 윤기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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