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들누들' 면(麵) 탐미 - 청주시 율량동 함지박

직접 반죽하고 밀어내 인상적인 연한 옥빛 만두피
김치·두부·고기 기막히게 어우러진 토속적인 옛 맛

2015.11.05 21:29:33

[충북일보] "수많은 만둣국을 먹어봤지만, 이 집 만두는 정말 품격이 있어. 맛도 그 옛날 어머니가 해주신 손맛이 그대로 나."

함지박 대표적인 메뉴 '만두국'

각종 음식에 대한 다양하고도 이색적인 품평을 들어왔지만, 먹는 음식에 '품격'이 있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의 추천사는 거의 헌사(獻辭)에 가까웠다. 도대체 어떤 만두이기에 한낱 만두에 의인화된 '품격'을 논하는지 궁금했다. 또한 그 품격이 맛에 대한 것인지, 모양에 대한 평이었는지도 알고 싶었다.

식감좋은 깍두기

가을이 깊어가면서 뜨끈한 음식이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 율량동 좁은 골목을 지나, 단층 건물에 자리 잡은 함지박은 칼국수 전문점이라기보다 '죽 전문점'으로 유명했다. 점심 무렵, 꽉 찬 손님들은 대부분 열이면 아홉 '만둣국'을 시켰다. 만둣국에도 칼국수가 몇 가닥 들어있고, 칼국수를 시켜도 약간의 만두가 들어있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보라는 주인의 배려인 것 같다. 그리하여 만둣국과 칼국수 사이에서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다.

지인이 말한 '품격(品格)'은 그릇과 정갈한 수저, 그리고 기본 찬들을 통해 전해져 왔다. 투박한 질그릇에 나온 만둣국은 일반 만두와는 현저히 다른, 손으로 손수 만든 흔적이 뚜렷했다. 만두피를 얇게 밀어 만든 것과는 전혀 다른, 손으로 주물주물해서 편 느낌의 두툼한 만두피가 인상적이다. 거기다 색깔마저 보통의 만두색깔이 아닌 연한 옥빛을 띠고 있었다. 간간히 만두피에 박힌 검은 점마저도 묘한 조화를 이뤄 고급스런 느낌을 더했다. 젓가락으로 만두를 건져내자, 만두 밑 부분은 하얀 밀가루 색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뜨거운 김을 호호 불어 한입 베어 물자, 김치와 두부가 고기와 섞여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토속적인 옛 맛이다. 게다가 덤처럼 섞여 온 칼국수 몇 가닥은 찰지고 담백했다. 사골육수의 농도가 걸쭉하고 진하다. 만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검은깨가 들어간 흰떡, 흑미떡, 굵은 면발의 칼국수까지 푸짐하다. 육수 국물에 담긴 만두를 먹고 나면 배가 하루 온종일 든든하다. 취향에 따라 다진 청양고추와 양념다대기로 칼칼한 맛을 더 할 수도 있다.

꽃처럼 피어난 만두 속

"어휴, 만두가 제법 많네요. 난 이런 만둣국을 좋아해요. 이 집은 만두피도 직접 반죽하고 밀어서 다 손으로 일일이 만드는 것 같네요. 이런 집 요즘 찾기 힘들죠."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 손님 몇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통통한 만두를 앞 접시에 놓고 반으로 가르니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꽃처럼 속을 환하게 보여준다. 만두소의 고기와 김치, 당면의 배합이 좋고 폭신폭신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국물은 부드러운 목 넘김이 속이 편안하다. 술 마신 다음날 속 풀이 하기에도 괜찮고 쫄깃한 감촉의 면발은 겉절이 김치와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도 찰떡궁합이다.

함지박 메뉴는 하나같이 알차다. 만두국 7천원, 팥국수 7천원, 칼국수 6천원이다. 죽 종류로 팥죽 9천원, 호박죽 8천원, 흑임자죽 8천원, 야채죽 8천원, 잣죽 9천원, 버섯굴죽 9천원, 전복죽 1만2천원이다.

/ 윤기윤 기자

▷율량동 함지박 /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754-1번지, 043)211-8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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