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김복수 학예사
"이런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림에 역사가 왜 필요해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이야기와 상황, 생각들이 담겨 있죠. 그게 역사입니다. 그런 배경과 역사를 알게 되면 그림이 더 재미있어져요."
"이 그림에는 어떤 역사가 담겨있죠?"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내주고, 그림의 선과 면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주자 학생들은 마법처럼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실제로 따라 그려보면 그림과 더 친근해 지거든요."
김 학예사는 연필과 종이를 갖다 주며 학생들에게 모사해볼 것을 권했다. 전시장 한켠의 의자 위에 종이를 펴놓고 작품을 그려보는 학생들의 눈길이 화가가 된 듯 꽤 진지하다.
이렇듯 학예사(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해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하며, 필요하면 작품 설명까지 담당한다.
'미술창작'의 역할을 물었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자 전문가, 일반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다양한 시각 예술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프로모션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항시 예술가들이 상주해 있으며 그들의 다양한 창제작 관련 사항들을 도와주고 있다. 요즘엔 작가들과 평론가들의 미팅을 주선하며 작가들의 창작품을 기록하고 있다. 매년 4월 첫째 주에는 전체 작업실과 전시장을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 행사가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실험적인 예술을 즐기는 공간이다."
현대사회에서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다지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때론 예술가들의 전유물처럼 인식되어 별개의 세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미술관의 역할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미(美)를 즐기는 문화놀이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시각예술의 영역을 다시 확인하는 곳이다. 놀이적 개념으로 미를 배우는 곳이다. 예전의 미술관은 작품만을 컬렉션하고 연례적 기획전을 보여주는 의미에서의 미술관이었지만, 현대의 포스트 미술관은 예술가들의 작품 창작도 지원하고 그들과 시각예술을 공유하며 일반 관람객을 참여시키기도 한다. 정보가 빠른 인터넷 시대에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문화들을 미술관을 통해 전파하기도 한다. 이제 미술관은 미술에 관련된 다양한 예술가와 창작 활동을 소개해 새로운 개념의 아이디어를 창출시키는 창조적 아이디어 뱅크다."
청주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미술관을 놀이터처럼 즐기며 친근하게 다가갈 '미술창작'의 프로그램은 없을까.
"사실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 예술가들과 어린이, 학생, 일반시민 등이 함께 예술과 관련된 창작 이야기들을 나누고 같이 공유하는 프로그램, 예술의 역사와 실기를 듣고 배우는 인문적 교육프로그램 등 운영 아이디어는 너무 많다. 다만 그 일들을 수행할 인력이 문제다. 상주하는 교육인력만 해결된다면 예술과 시민의 일상을 협업하는 좋은 문화기관이 될 것이다."
이제는 미술관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은 문화풍토를 가꾸고 문화를 활성화 시키는 첨병으로의 역할이 있다. 청주에도 올해 새롭게 '미술관'이 생겨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아마도 청주시립미술관은 교육도시의 위상답게 새로운 예술문화교육기관이라는 측면과 문화놀이터의 이미지로 부각시킬 것이다. 현재 시립미술관 학예팀에서 열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개관전시와 기획전, 인문학과 예술학을 일반 시민들에게 교육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많은 예술문화 애호가들에게 호응을 얻을 것이다. 또 지역의 미술을 세계적인 미술의 코드로 엮어내는 독특한 미술관이 될 것이며 중부지역에서 흥미로운 문화적 명소가 되지 않을까 한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학예사(큐레이터)의 역할은 다변화 사회에 걸맞게 이제 전시기획자라는 틀에서 벗어나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미술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문화 구조에 대한 해석자이며, 문화의 다변적 가치를 생성해 낸다. '미술창작' 김복수 학예사는 작가의 작품과 청주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접목시키는 매개자(媒介者)로서 충북 문화솟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 윤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