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이다. 최 교수의 통섭은 '소통'을 의미하는 통섭(通涉)과 '전체를 도맡아 다스림'이란 뜻을 가진 통섭(統攝)의 두 가지를 아우른다. 프랑스의 과학자 쥘 앙리의 말처럼 영역과 경계를 허물고 서로 섞일 때 진정한 창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임 교수의 영화 음악 작업 또한 통섭의 산물 아니겠는가. 영상에 덧입혀지는 아름다운 음악이야말로 사람들에게 궁극의 심리적 위안과 감동을 안겨 준다. 임 교수가 추천한 '통섭의 식탁'은 그녀의 예술관과도 닮아 있었다.
"'통섭의 식탁'은 예술뿐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유형의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주는 지혜의 샘물 같은 책입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그동안 문과(文科)와 이과(理科)로 나누어 가르쳤지만 이제 곧 통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학에도 융합학부가 생겨나고 새로운 학문의 크로스오버는 융합의 시대에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임 교수는 작곡을 하는 후배들에게도 늘 통섭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모든 예술은 타고나는 측면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절로 곡들이 흘러나올 때까지 내부에서 팽창시키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작곡을 한다는 것은 창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듣고, 경험하고 이론서를 적용해보는 것이 중요하죠. 가장 밑바탕에는 음악만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사고와 철학도 필요합니다. 음악은 홀로 반응하지 않아요. 그렇게 쌓이고 섞여 어느 순간 꽃이 만개하듯이 포텐(Potential:잠재력)이 터집니다. 통섭은 혼류(混流)로서 서로 이질적인 것들이 섞여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는 다이내믹한 과정입니다. 그것이 통섭의 가치입니다."
세상을 수학적으로만 계산할 수 없고, 또한 철학적으로만 설명할 수도 없다. 세상은 점차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다시 아날로그가 기본이 되어야 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즉, 인문학 중심의 사고를 토대로 자연과학이 발전해야 인류의 삶이 더 안정되고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문가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공학도들은 고전과 철학, 문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 분야도 다르지 않아요. 이미 무용과 음악, 연극 등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아요. 종합예술처럼 크로스오버의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저희 실용음악과도 그런 통섭의 정신을 깔고 있어요. 음악을 기본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과정이 접목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음악 제작실습, 뮤직비즈니스 등 직접 회사로 가서 인턴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나오자 임 교수의 눈은 더욱 열정적으로 반짝인다.
"제가 작곡을 해서 훌륭한 작품을 내놓는 것과 학생들을 가르쳐 음악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제자를 기르는 것은 결국 같은 활동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곧 음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자 양성에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새로운 디지털 음악 환경에서 요구되는 대중예술에 대한 심층 이론과 실전 위주의 교육으로 독창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 양성이 목표입니다. 실용음악 분야를 주도할 멀티미디어 프로듀서 및 보컬, 연주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방송국, 뮤직매니지먼트, 연예기획사를 통해 현장실습을 하여 바로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우리 과 학생들은 영화음악, 광고음악, 엔지니어, 공연세션, 음반제작자, 편곡자, 가수, 무대연출자 등 프로뮤지션으로서의 활동을 할 것입니다. 저 뿐 아니라 전국 최고의 실력과 열정을 자랑하는 10여 분의 교수님들이 그런 결실을 맺기 위해 애쓰고 계십니다."
책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음악교육 및 학과에 대한 무한 애정을 피력하는 임 교수의 화법 또한 통섭의 달인이라 할 만하다. 빅마마의 이영현, 가수 이 정 등이 임주희 사단이라 불리우는 그의 제자들이다.
/ 윤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