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지나 경칩이면 봄 아니냐고
밖에 내놓은 군자란이 밤새 냉해冷害를 입어
한 잎 끝이 짓무르더니
손을 쓸 겨를도 없이 마르고 부서졌다.
매끈하던 잎에 상처가 생겨
흉한 것을 며칠 들여보다가
아예 잎 밑동을 잘라버릴까
가위를 들었다 놓기를 거듭하다가
그냥 두기로 하였다.
얼룩진 상처도 제 얼굴이려니
감출 수 없어서 눈길을 붙드는
흉터도 제 삶이려니 싶어
성급함을 자책하는 내 상심傷心이
살을 도려내는 아픔보다 더하랴 싶어
그냥 두고 한 번 더,
한 번 더 만져주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