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시대의 어두운 그림자 - 도박 전성시대

인터넷·스마트폰 보편화…'중독의 늪' 허우적
도박자금 마련 위한 절도·사기 등 2·3차 범죄까지
"양극화 심화 등 현실적 어려움 직면… 한탕주의에 현혹"

2016.05.17 19:19:32

[충북일보] 취업준비생 A(29)씨는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됐다.

순간의 호기심으로 시작한 인터넷 불법 도박 때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전전하던 A씨는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포커 도박 사이트를 알게 됐다.

한 파일공유 사이트에 회원가입하며 받은 인터넷 도박 사이트 '무료 게임머니'가 발단이 됐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A씨는 도박을 시작했고 2만원 상당의 게임머니를 모두 잃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해보자'는 생각에 자신의 계좌에 있던 돈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해 도박을 이어갔다.

어쩌다 한 번씩 돈을 따기도 했지만 잃은 돈은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A씨는 수개월간의 도박으로 대학시절부터 모아뒀던 천만원가량의 돈까지 모두 탕진했다.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A씨는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물건을 싸게 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챙기는 물품 사기였다.

범죄행위로 벌어들인 돈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한 A씨를 기다리는 것은 도박과 사기 범죄에 대한 처벌뿐이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박의 늪에 빠져드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취업난 등 현실적 어려움에 빠진 젊은층이 도박으로 가진 재산 모두를 탕진하는 일까지 빈번하다.

게다가 도박에 병적으로 빠져드는 중독은 물론 도박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절도와 사기 등 2·3차 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한때 고스톱이나 포커 등 카드를 이용한 형태의 도박이 유행했다면 현재는 불법 스포츠 도박과 일명 사다리 게임으로 불리는 각종 사행성 도박이 유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각종 스포츠 경기 결과에 따라 도박이 진행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과 함께 이른바 주사위·사다리 등 홀짝 개념의 간단한 방식의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며 "주사위·사다리 등 불법 인터넷 도박의 경우 베팅금액 제한 없이 소액으로도 도박이 가능한 데다 게임 시간이 짧고 중독성이 강해 주로 20·30대 젊은층이 쉽게 빠져든다"고 말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도박사건(도박·상습도박) 검거인원은 지난 2011년 1천10명, 2012년 809명, 2013년 808명, 2014년 649명, 지난해 730명으로 조사됐다.

불법 스포츠 도박 등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 2011년 169명, 2012년 35명, 2013년 80명, 2014년 72명, 지난해 158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도박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도박 경험 기회가 늘어난 것이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의 도박이 은밀한 장소에서 비밀스럽게 이뤄졌다면 최근 도박은 인터넷·스마트폰으로 이용이 가능, 사실상 시·공간적 제약이 사라졌다.

구지 도박장을 찾지 않더라도 스마트폰 하나로 금액 입·출금을 자유롭게 하며 손쉬운 도박 참여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기불황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한탕주의가 만연한 게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박종영 청주의료원 정신과장은 "도박에서 승리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게 되면 뇌에서 쾌락물질이 분비되는 등 큰 쾌락을 느끼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이 중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적 양극화 심화 등 현실적인 노력만으로 부를 축적하기가 어렵다고 느낄 경우 이른바 한탕주의에 현혹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 박태성기자 ts_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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