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틀# - 가족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

2016.09.12 18:23:01

편집자

추석 연휴 기간 우리 마음은 묘한 감흥과 함께 고향, 성묘, 송편, 선물 등의 의미로 따뜻하게 채색된다. 이런 의미 중 으뜸은 단연 '가족'일 것이다. 이는 가족의 출발점을 이루고, 이를 굳건히 지켜 온 부모, 그리고 그들 삶의 일부인 자식들과 함께 공유하는 기억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이웃들이 말하는 가족의 의미란 무엇일까. 지역 소상공인들이 주인공 되는 '마이리틀샵' 기획물 중 그들이 떠올렸던 가족에 대한 얘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공감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추석특집 마이리틀샵 - 가족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

전재형 대표

청주 사창동 '세뚜리동죽칼국수' 전재형 대표

"어머닌 홀로 6남매를 키우셨어요. 반평생 식당일만 하셨죠. 익숙해진다는 게 참 무서워요. 그 희생조차 당연하게 여겨지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식당일을 마치시고 제게 입을 여셨어요.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다'면서...(울먹) 죽을 거 같았어요. 그동안 외면한 어머니의 고생이 그 말 한마디에 담겨있는 듯했으니까요. 다짐했어요. 어머니의 남은 인생을 보상해 드려야겠다고. 그때였어요. 구체적으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기가."

장기완 대표

청주 내덕동 '후다닭치킨' 장기완 대표

"이 가게는 어머니의 희생이 녹아있는 곳이에요. 제 사업을 위해 당신의 식당을 포기하셨거든요. 사실 '난 절대 어머니처럼 장사하진 않겠다'라는 말로 어머니의 맘을 움직였어요. 그래서 맘이 늘 무거워요. 삶의 터전에 대한 어머니의 자존심을 건드린 거니까요. '하루 종일 가게에서 손님만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와 힘들어하는 어머닐 보는 게 너무 힘들다'는 말이 속내였지만."

김재호 대표

청주 복대동 '우드플레이' 김재호 대표

"어릴 적 제 모든 장난감은 나무 재질이었어요. 놀이터는 아버지 작업장이었고요. 아버지가 목수셨거든요. 하지만 나무가 늘 좋았던 건 아니었어요. 체벌 받을 때면 회초릴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직접 골랐었기 때문이죠. 처음엔 꾀를 냈어요. 무른 재질의 나무를 골라간 거죠. 하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맞을 땐 모든 나무가 한결같거든요.(웃음)"

조아라 대표

청주 수동 '주주' 조아라 대표

"아직도 부모님은 제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인형을 버리지 않으셨어요. 추억이 물건으로 간직될 수 있다는 걸 소중히 생각하신 거죠. 저를 향한 부모님의 마음을 손님에게도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이곳에 와 '나도 옛날에 이런 거 있었는데'라는 혼잣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남호진 대표

청주 운천동 '아띠헤어' 남호진 대표

"가게를 오픈하고 7년이 지날 때 쯤 아버지가 처음으로 이발을 부탁하셨어요. 기묘했어요. 당신의 자식들이 미용을 해왔어도 아버진 오로지 동네 이발소만 고집하셨거든요.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아버지의 머리를 깎아주시는 이발사의 가위질의 특별함을요. 현대미용의 기술과 시스템으로 넘볼 수 없는 정서적인 가치가 담겨져 있었던 거죠."

조항조 대표

청주 북문로 '비스트로1989' 조항조 대표

"고등학교 선생님이자 어머니의 권유로 요리를 시작했어요. 공부 못하는 아들이 창피했을 법도 한데 한 번도 불평 하신 적이 없으셨어요. 그저 공부를 싫어하는 아들의 진로에 대해서만 고민하셨죠. 그러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손수 끼니를 챙기는 여동생을 보고 '이거다' 싶으셨대요. 고마웠죠.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박장원 대표

청주 모충동 '형제쭈꾸미' 박장원 대표

"친형과 동업을 하고 있어요. 손님이 없을 땐 형과 다툴 일이 전혀 없지만, 바쁘면 다툼도 잦아지더라고요. 가끔은 미친 듯이 싸우기도 해요. 그럴 땐 항상 '역시 일은 가족이랑 하는 게 아니야'라는 생각 뿐이죠. 하지만 또 다음 날이면 언제그랬냐는 듯 형을 찾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어요. 가족이란 건 이런 것 같아요.(웃음)"

최윤정 대표

청주 산남동 '앤드류신' 최윤정 대표

"큰 딸이 늦은 밤까지 온라인 백일장을 준비하더라고요. 딸이 잠든 새 백일장을 읽고 몰래 살짝 고쳐 제출했죠. 다음날 딸이 노발대발 했어요. 왜 고쳤냐면서. 더 이상 그 글은 내 글이 아니라면서. 그리고 며칠 후 그 글이 상까지 받게 된 거예요. 딸 아이가 집에 상장을 들고 왔는데 이름을 고쳐놨더라고요. 본인 이름을 지우고 제 이름을 써 놓은 거죠. 그러곤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엄마 상 받은 거 축하해'라고요.(웃음)"

김광식 대표

청주 비하동 '캠핑카즈-알빙코리아' 김광식 대표

"아내를 만나면서 캠핑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어요. 아내는 캠핑을 싫어하거든요. 제 캠핑생활 암흑기가 시작된 거죠. 우울했던 그 시기의 구원자는 다름 아닌 제 아이들이었어요. 아이들 핑계로 캠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아이가 몇이냐고요· 아직 멀었어요. 셋밖에 안됩니다. (웃음)"

변재훈 대표

청주 주성동 '감성고기' 변재훈 대표

"공기놀이, 소꿉장난, 고무줄 같은 여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는 모두 섭렵했어요. 형제들 중 여자들이 많았거든요. 누나를 무조건 언니로 불렀죠. 사춘기 때 즈음, 그런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인식했어요. 형을 형으로, 누나를 누나로 부르기 시작했죠.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지 몰라요. (웃음)"

/사진=김지훈 기자·글=김희란 기자

이 기획물은 청주지역 소상공인들의 소통과 소셜 브랜딩을 위해 매주 금요일 충북일보 페이지(https://www.facebook.com/inews365)에서 영작과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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