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하며 살기

2016.11.10 18:36:03

김민선

출산을 준비하면서 아이의 이름을 고민하게 되었다. 한평생 가지고 살아야 하는 이름이기에 아이의 이름에는 부모의 바람과 사랑이 담기기 마련이다. 이름은 자신에게도 중요하지만 인간관계 안에서 관계를 맺고,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고, 외롭지 않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한 집안을 보면 대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이름을 끊임없이 바꾸는 행태가 보인다. 이름, 직업, 종교, 배우자까지 바꾸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그 시도가 시간을 거슬러 믿을 수 없는 평행이론을 만들어냈다.

사람은 살면서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하고 누군가가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자신의 존재(存在)를 확인하는 동시에 자신도 누군가에게 가서 의미 있는 존재(存在)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계속적인 개명(改名)은 자신의 미래와 존재에 대한 깊은 불안감과 상호보완적인 방식의 대인관계가 아닌 자신의 편의를 기반으로 한 일방적이고, 착취적인 대인관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다.

'이름값'을 하며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명성에 맞게 행동하고, 그러한 명성을 지키며 살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TV 뉴스를 보면서 초등학교 2학년 조카가 속보들이 쏟아져 나오자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뉴스를 요약해 달라"고 물었고, 어른들은 일제히 부끄러워졌다.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국가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력한 만큼 안전과 행복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국가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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