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淸淨) 좌구산에 웬 광산 개발?

2016.11.28 22:11:02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무서리가 하얗게 내린 아침, 필자의 농장이 있는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대덕리를 갑니다. 추수가 끝난 논과 밭이 한가로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연 모두가, 초록의 윤기를 뽐낼 새봄을 기다리며 다소곳이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미원면사무소를 지나 중리저수지 쪽으로 들어서자 조금 풍경이 살벌하게 변합니다. 지나치는 길가에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좌구산 광산허가 결사반대', '청주최고의 청정지역 광산개발 결사반대', '광산개발 웬말이냐· 청정자연 통곡한다', '청주․증평의 최고봉 좌구산 광산개발 결사반대', '상수원 발원지에 광산개발 웬말이냐·'

현수막에 나타난 대로 이곳의 주민들은 지금 한창 전쟁(?) 중입니다. 농사철이 끝나 산야의 자연처럼 휴식을 취하며 다가올 새봄을 기다려야 할 시기인데 민간 사업자가 좌구산 지하의 규사(硅砂)를 파낼 계획을 갖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채굴 계획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주민들은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몇 대에 걸쳐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로 유기농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는데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좌구산은 청주․증평의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는 보고(寶庫)입니다. 증평 지역은 증평군청이 역점 사업으로 정해 휴양림이라든가 천문대를 만들어 자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습니다.

반대편의 청주 지역은 아직 천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포장도로가 가느다랗게 이어져 사람의 출입이 적고,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가재며 멧돼지, 고라니, 산토끼가 자유롭게 노니는 곳입니다. 산이 높아 사철 맑은 물이 흐릅니다. 이 물은 청천면, 괴산호를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수원지입니다.

이러한 청정 자연을 파괴하며 갱도를 뚫어 지하자원을 채취하겠다니 주민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께로 얻어맞은 기분입니다. 때문에 주민들은 요즘 다급한 마음으로 관련 부서를 찾아다니느라 발이 부르틉니다. 충북도청 경제정책과, 충북도의회, 청주시청 일자리경제과, 청주시의회, 보은국유림관리소, 미원면사무소 등을 잇달아 찾아다니며 읍소에 읍소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광산 채굴로 인한 피해는 이미 여러 지역에서 익히 보고되었습니다. 산림자원 파괴, 지반 침하, 지하수 고갈, 발파 진동으로 인한 균열, 분진, 하천 오염 등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피해를 견디다 못해 주민 대부분이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다고 피해 사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덕리의 주민들은 만약 광산 채굴 허가가 떨어지면 관련 부서를 찾아가 자리를 펴고 누울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무엇이 두렵겠느냐고 핏발을 세웁니다.

필자는 광산 개발을 통해 적은 소득을 올리려는 민간 사업자 한 사람의 이익보다, 수백 년 동안 유지되어 온 자연자원의 보존과, 유기농을 하며 몇 대를 살아온 수많은 주민의 생존이,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부서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점을 잘 인식하여 '승인 불가'라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