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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8.12 14:35:32
  • 최종수정2024.08.12 14:35:32

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어느 일요일, 지인의 자녀 결혼식이 인근 도시에서 있다고 해 부부 동반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두 시간 이상을 달려 찾아간 예식장의 외양은 시골답지 않게 깨끗하더군요. 우리 부부는 접수석 근처에서 지인을 몇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중간쯤의 자리를 택해 앉았습니다.

곧 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자연히 산만하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정돈된 분위기는 오래 가질 않았습니다. 신랑 신부가 처음 치르는 결혼식이어서 실수가 있을 터이니 널리 이해해 주기 바란다는 등의, 예식에 참석하면 흔히 듣게 되는 농담을 던지던 사회자가 갑자기 신부가 홀아비의 무남독녀임을 밝혔던 것입니다.

홀로 살며 딸을 키워냈다는 신부의 아버지는 대충 읽어도 일흔이 넘었을 나이였습니다. 혼자 살아가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병색이 완연해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습니다. 딸이 곁을 떠나면 누가 그를 지켜 줄 것인지 안타까워 모두는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육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랑의 부모가 홀로 앉은 노인을 죄스러운 눈길로 건너다보더군요.

주례사의 차례가 왔습니다. 사회자의 소개에 의하면 주례는 전직 교장이었습니다. 동류의식이 느껴져 자세히 살피니 함께 근무한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서 본 듯한, 조금은 낯익은 얼굴이었습니다.

헛기침을 흘리며 연단에 오른 주례는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를 적당히 칭송하더니 이윽고 주례사에 나섰습니다. 풀려가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는 주례사였습니다. 바로 소금의 효능을 주제로 한 것이었는데, 줄거리를 간추리면 이러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소금은 90% 이상의 염화나트륨과 소량의 마그네슘, 염화칼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체에서 소금은 혈관벽에 붙어 있는 광물질을 제거하고, 혈관의 경화를 방지하며, 장의 유동력을 증진시키고, 소화액의 분비를 돕는다. 음식에 있어서 소금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음식물의 부패와 오염을 방지하고 맛을 조절하는 조미료의 역할까지 한다. 그런가하면 소금은 언 땅을 녹이기도 하고 질은 땅을 굳게도 만든다. 때문에 눈길에 뿌려지거나 테니스장에 뿌려진다. 농수산물에서도 같은 작용을 해 미역에 소금을 뿌리면 눅눅하게 늘어졌던 것이 팔팔하게 살아나고, 싱싱한 배추에 뿌리면 시들시들 죽는다.'

위와 같이 소금의 효용에 대해 한참을 설명한 주례는 결론은 아주 짧게 매듭을 지어 부부가 서로 소금의 역할을 하길 당부한다며 맺었습니다. 식장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 부부는 주례의 말을 떠올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소금의 역할을 했는지 못했는지 잠시 돌아보았습니다. 소금의 효능을 인용한 그날의 주례사는 제가 어느 예식장에선가 듣고 워낙에 특이해 어느 신문인가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요즘 저작권에 대해 모두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쟁송에 휘말리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떠안을 우려가 있어 몸조심을 하는 것이지요. 십 년 전쯤, 저도 권(勸)에 못 이겨 한국저작권협회에 가입해 가끔 쥐꼬리만큼의 저작료를 받습니다. 그날, 주례사의 경우에도 저작권을 도외시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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