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사람이 꽃이다

2017.03.29 17:55:19

이성배

음성경찰서 맹동파출소 경사

계절은 깊이 감춰 두었던 신비로운 장면을 펼쳐 보이며 또 한번 사람들에게 지난 겨울동안의 삶을 되새겨 볼 기회를 준다.

언 땅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바람의 타래로 겹겹이 감아 지켜낸 꽃눈이 발화하는 순간, 봄이 온 것이다. 봄에 대해 우리가 보통 취하는 방식은 성능 좋은 스마트폰으로 꽃 사진을 찍어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리거나 삼삼오오 모여 꽃 구경을 떠나는 것이다.

산수유 꽃이 만발하고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은 잠시 지친 삶에 활력소가 되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수 만장 복제되는 화려한 이미지에 집착할 뿐, 정작 경외감마저 드는 삶의 절실함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사람은 꽃 아닌 적이 없었다. 퍽퍽한 삶에 충족되지 않는 욕망과 가져야 할 것들에 대한 수많은 목록이 향기를 맡지 못하게 방해 했을 뿐, 사람 꽃 보다 다양한 종류의 꽃이 또 어디 있겠는가. 왜, 사람이 꽃일까·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를 차별 없이 부여받은 개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은 인종, 종교, 성별, 나이, 어떤 환경의 구분 없이 동등하게 스민 꽃의 향기와 같다. 그런데 우리는 인권을 사진 속 이미지가 아니라 오감으로 얼마나 체감하며 사는지 깊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충북경찰은 주민들이 만족하는 맞춤형 치안활동을 통해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체감안전도 향상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충북경찰의 우선 가치와 노력은 사람을 꽃으로 대하는 인권의 맥락과 상통한다. 이런 기회로 더 자주 주민들과 만나다 보니 그간 몰랐던 어른들의 선입견과도 대면하게 된다.

순찰차를 세우고 웃는 얼굴로 다가가는 경찰을 보고 부모들이 반가움을 표시하는 말이 아프다. 엄마 말 안 들으면 경찰아저씨가 잡아간다는 말, 세상에 꽃잎 낸지 몇 해 안된 아이들의 뜨악한 표정이나 울음을 터뜨리는 상황과 연이어 마주하게 되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꽃은 꽃을 소유할 수도 소유하려 하지도 않는다.

들판의 꽃다지 꽃은 양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봄의 땅에 짚어야 그 앙증맞은 꽃모양과 은은한 향기를 더 잘 맡을 수 있듯 사람 꽃의 눈높이를 맞추는 자세, 노력이 인권에 대한 접근이라 생각한다.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분명한 인권의 주체로 생각하는 생활 속의 작은 언행 하나가 우리 사회를 인권의 향기로 채울 수 있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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