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명산책 - 망월산과 달맞이 고개

2017.03.29 15:06:24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정월대보름에는 달맞이를 하면서 금년 한해 농사의 풍년을 빌고 제액초복을 기원하는 각종 풍속들이 많았다. 대보름날 저녁에 남녀노소가 횃불을 가지고 마을 인근의 높은 산에 올라 농악을 치다가 달이 둥실 떠오르면 가지고 간 횃대에 불을 붙여 '망월이야! 망월이야!'를 소리 높이 외치며 달맞이를 하고 소원을 빈다. 지역에 따라서는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를 하는 곳도 있는데 이를 '달집불, 달불놀이, 달끄실르기, 망우리불, 달망우리, 망월'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것으로 보아 생겨난 유래는 같은 의미일 것이다.

각 지역에 망월산(望月山)이라 불리는 산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석판리의 망월산, 충북 충주시 신니면 대화리의 망월잔등산, 음성군 삼성면 양덕리의 망월산을 비롯하여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당목리, 충남 청양군 장평면 중추리, 충남 부여군 초촌면 세탑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경남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부산 기장군 정관읍 매학리, 전북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충남 태안군 이원면 사창리, 부산 동래구 칠산동, 전남 순천시 오천동,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옥원리,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등에 망월산이 있다.

정월대보름이라는 명절에 달을 맞이하는 망월의 풍속은 온 민족이 즐기는 민속이었고 또한 보름달이 산 위로 둥실 떠오르기에 망월산이라는 이름이 여러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달은 보는 위치에 따라 어느 산이나 떠오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로 지명을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지명은 지형으로 보아 인근의 다른 지형과는 다른 특징을 표현해야만 누구나 그 위치를 구분할 수 있기에 지형의 형태를 표현하는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제천시 금성면 명지리의 망월산이 원래 '말응달산, 멍달산'으로 불리었고, 마을이름까지 '멍달이, 망월리'가 된 것처럼 망월산(望月山)도 '달'계의 지명으로서 주변에서 비교적 높은 산을 가리키는 말로 불리워지다가 망월의 풍속을 연상하여 이름에 변이를 가져온 것으로 볼수도 있지만, 산의 이름이 있는데도 망월산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 것을 보면 망월의 장소로 활용되는 산을 일반명사로 부르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고유명사로 정착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지금 흔히 쓰이는 달동네라는 말은 '높은 지대에 있는 마을', 또는 '산동네'의 의미인데 광복 이후 조국을 찾아 귀국한 동포들과 남북 분단 이후 월남한 난민들이 도시의 산비탈 등 외진 곳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도시마다 '새마을, 해방촌'이라는 이름으로 우후죽순 생겨나 달동네라 불리게 되었으며 '달(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으로 수출주도형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대규모 이농현상으로 도시로 밀려든 사람들이 도시빈민층의 주거밀집지역으로서 달동네가 확산되어 빈민촌이라는 이미지가 덧붙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같이 '달'은 '높다'라는 의미로 쓰여온 말로서, 옛말 '아사달'은 '아침 해가 떠오르는 높은 산'의 의미인 것이다. 지명을 한자로 표기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달'을 음 그대로 '달(月)'로 보아 '월(月)'로 표기된 곳이 많이 있다.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월탄리(月灘里)는 면의 중부 서단에 위치한 마을로 동은 탑연리, 서는 강외면 오송리, 남은 다락리, 북은 탑연리에 접해 있다. 월탄리는 본래 청주군 강외면 이하면의 지역으로 마을 뒤에 제비동산이 있고, 앞으로 미호천이 흐르므로 다리울, 달여울, 또는 월탄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으로 부탄리라 하여 강내면에 편입하여 내려오다가 한국 교원대학교가 이곳에 자리잡으면서 1987년 1월1일에 다시 월탄리로 이름을 바꾸었다. 월탄(달여울)이란 미호천 강물에 달이 비쳐서 물 위에 여울이 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유래가 전해지는데 부탄리(浮灘里)라고 표기한 것은 '달'을 '월(月)'로 보지 않고 '달다(浮)'의 의미로 본 것이다.

보은군 회남면 사음리에는 달돋이고개가 있는데 어부동에서 법수리 안쟁으로 넘어가는 고개로서 달맞이 하던 곳이라 전해지는데 1980년 대청댐 담수로 수몰된 지역이라서 세월이 더 흐르기 전에 지명의 뿌리를 찾아내어 보존해야 할 것이다. 달돋이 고개 역시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끝부분에 있는 달맞이고개와 같이 '달'계의 지명으로서 주변보다 높은 지역이라서 '달'이 붙어 쓰이다 보니 달맞이, 달돋이와 연관지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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