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성 - 잘 지내나요?

2017.04.18 13:06:00

잘 지내나요?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96쪽 / 1만4천 원

[충북일보] '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에서 소설 읽는 재미와 유쾌한 일상을 들려주었던 이유경 작가가 두 번째 책 '잘 지내나요?'를 펴냈다.

이 책은 이 작가가 만나고 일상에서 겪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누군가와 만나고 헤어지고 때로는 마음 아파하기도 하지만 걱정해주고 지켜봐주고 토닥여주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이런 관계는 사랑이나 우정이 되기도 하고 때론 단순한 친밀감이나 소박한 연대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이 작가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하루를, 나아가 일 년을 단단히 땅에 발붙이고 살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른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너무 익숙해 일상이 돼버린 사이든 사람들 사이를 단단히 이어주는 것들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작가의 책읽기는 독특하다.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마음에 집중하고, 그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호흡한다.

때로는 책 속의 인물이 되어 그의 문제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때로는 그 사람의 슬픔에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런 감정이입과 몰입이 많은 독자가 작가의 글에 공감하는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젊은 연인들의 밤샘 데이트를 부러워하다가도 그들이 어서 들어가 쉬기를 바라고, 점점 술에 찌들어가는 여자주인공을 걱정하고, 어려서 친할아버지에게 성추행을 당한 한 소녀를 위로하고 응원해주는 그녀의 모습은 친구 같고 언니 같다. 우연히 마주칠 누군가를 기대하며 예식장을 찾고, 동물해방과 동물실험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녀에게서 보통의 우리 모습도 발견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유쾌함은 그녀의 글이 지닌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자들하고만 술을 마실 때면 술집을 고를 때 항상 같은 질문이 나온다. "거기 화장실이 안에 있던가·" 이건 강남역 살인 사건이 있기 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 나는, 우리는, 무서웠다. 술집 바깥으로 나가서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가고 문을 열고 화장실을 들어가는 것. 그것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이 그런 화장실이 있는 술집에 가게 되면 '같이 가자'고 말하고 서로 기다려주고는 했다. (-'화장실이 안에 있나요', 177쪽)"

작가는 이 책에서는 그가 읽은 책들 가운데 일상에서의 여성 차별 문제를 다룬 책들을 소개하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자라면서 당한 이런저런 차별과 성추행은 사실 너무도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를 피해자인 여성 자신의 문제로 여기도록 할 만큼 우리 사회는 여성과 차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여성을 보호하는 제도와 시스템도 부족하다.

심지어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벌레의 딱지를 붙이는 남성도 부지기수다. 아이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엄마가 책임져야 하는 육아는 또 어떤가. 그는 이런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여성이 겪는 문제가 사회적으로 해결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 김수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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