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 죽겠다 진짜

2017.06.11 16:29:49

장민지

충주선관위 관리주임

말은 많은데 탈은 없었던 19대 대통령선거 개표. 필자는 충주선관위 관리주임으로 개표장에서 투표지분류기를 담당했다. 4월 말쯤 투표지분류기가 지난 대선 표시 부정개표에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더플랜'이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는 소식은 투표지분류기 담당자로서 큰 충격이었다. 속된말로 속상해 죽을 뻔 했다. 영화에서는 투표지분류기가 미분류된 투표지를 조작하고 외부 통신망에 의해 해킹되어 개표결과를 조작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국민의 뜻이 담긴 투표지를 이 기계를 통해 조작해 얼마든지 당선자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몇 가지 팩트체크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투표지분류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하는 단순한 역할을 하는 기계일 뿐이다. 즉, 정확히 기표된 투표지를 후보자별로 분류하고 기표형태가 불분명한 투표지와 무효표는 미분류로 처리한다. 미분류 처리된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에서 개표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전량 심사·확인해 유·무효로 구분하고 유효표는 다시 후보자별로 구분한다.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미분류된 투표지를 이용해개표조작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둘째, 기계를 못 믿겠으니 무조건 수개표를 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투표가 마감되고 나서 투표함이 개표장에 도착하면 그 시각부터 개표가 시작된다. 임기만료 선거에서는 보통 오후 7시 정도, 이번 대선처럼 보궐선거에서는 오후 9시 정도에 개표가 시작된다. 투표지분류기 없이 모든 과정을 사람이 수작업으로 한다면 밤샘 철야작업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오히려 정확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표지분류기를 통해 오분류를 방지하고 개표가 신속하게 이뤄지게 할 수 있다. 또한 투표지분류기는 외부통신망과 단절돼 있어 해킹의 위험은 없다.

셋째, 개표사무원은 바보가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174조에 따라 개표사무를 돕는 개표사무원은 공무원 등 정치적으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자로 위촉된다. 만약 선관위가 조작을 했다면 그동안 개표가 조작된 것이라고 양심선언이라도 한 개표사무원이 왜 단 한 명도 없었을까? 단순하다. 이는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한 개표가 공정하게 이뤄져왔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영화를 표현의 자유 일부로서 인정해야겠지만,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선거질서를 어지럽히고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공정한 개표관리를 부정개표라고 단정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

선관위 건물 간판에는 '소중한 권리, 공정한 관리"'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소중한 선거권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자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있게 슬로건으로 걸어놓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60일이라는 기간동안 대선을 준비하고 관리하느라 고생하신 모든 선거사무 관계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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