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금의 절기밥상 - 햇 보리밥과 강된장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고 싶은 보리밥

2017.06.18 15:17:47

지명순

U1대학교 교수

유난히 가물어 농부들의 애를 태우던 봄을 지나 드디어 햇보리 수확 철이 되었다. 청주시 북이면 현암리, 보리를 베는 이성윤 이장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보리는 기능성 찰 보리로 가뭄 속에서도 농사가 아주 잘 됐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여문 보리 알맹이가 보랏빛이다. "보리색깔이 특이해요·" "자수정 보리라 익으면서 색깔이 이렇게 변해요. 까보시면 밀 마냥 톡톡~ 하나씩 하나씩 빠져요" 식감도 좋지만 아이들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듬뿍 들어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이 이어진다. 알곡에 자수정 같이 보랏빛이 돈다고 이름 붙여진 자수정 찰 보리는 안토시아닌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혈당 조절을 도와주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자수정보리

ⓒ이효선
몸에 좋은 보리밥을 맛있게 지어주실 분은 옆 마을에 살고 계신 청원 문화 류씨 34대손 김종희 종부이다. 종갓집답게 넉넉한 기와집, 마당 가득한 항아리에서는 장 익는 냄새가 솔솔~, 시어머니와 함께 장을 담으며 살아온 세월이 고스란히 항아리에 담겨 익어가는 중이다.

먼저 보리를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박박 문질러 씻는다. "전에는 보리쌀을 '닦는다'고 까지 표현을 했었어요. 깨끗이 씻어서 한번 삶아주어야 소화도 잘되고 부드러워요. 예전엔 보리 삶은 물도 버리지 않고 열무김치 풀국으로 쓰기도 했는데.." 하면서 종부는 추억에 젓는다. 씻은 보리쌀을 솥에 넣고 물을 2-3배로 넉넉하게 부어서 푹 퍼질 때까지 삶아야 건져야 보리밥 짓기가 준비된다. 삶은 보리쌀을 덜어내 쌀을 한줌 섞어 밥을 지으면 깡보리밥이 된다.

김종희 씨 된장엔 600년 종가의 비법이 숨어 있다.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아 3년간 장독에서 숙성시킨 된장은 깊고도 풍부한 맛이 일품이다. 금방 항아리에서 떠온 된장에 햇양파를 듬뿍 다져넣고 매실발효액과 깨소금을 섞으면 날된장 쌈장이 완성된다. 초간단 쌈장이지만 알고 보면 장점이 많다. 된장을 날로 먹기 때문에 훨씬 더 살아있는 유산균도 섭취할 수 있고 보리는 찬 성질인데 따뜻한 성질의 된장을 함께 먹으면 몸에 조화로운 음식이 된다.

보리밥과 강된장

ⓒ이효선
다음은 강된장 만들기, 말 그대로 '강'이란 말은 '자작하다'는 표현이다. 애호박, 표고버섯, 양파는 잘게 썰어 준비하고, 마늘과 함께 다진 쇠고기를 들기름에 달달 볶아준 다음 쇠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양파와 표고버섯, 애호박 순으로 넣어 함께 볶는다. 멸치육수를 붓고 된장을 풀어준 다음 고춧가루를 풀고 마지막에 두부를 넣어 한소큼 끓이면 되직한 강된장이 된다. 바글바글 끓는 강된장은 보기만 해도 그 맛이 그려진다.

집 앞마당에서 잘 자란 머위 잎을 푸짐하게 꺾어 양배추와 함께 김이 오른 찜 솥에 살짝 찌고, 텃밭에서 상추와 쑥갓도 뜯어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채반에 담았다.

쌈밥

ⓒ이효선
여름철 건강을 지켜주는 영양만점 보리밥과 종갓집 된장으로 만든 강된장, 그리고 푸짐한 쌈 채소까지 곁들인 보리밥 만찬이 차려졌다. 찐 머위 잎을 손바닥에 얹고 보리밥 한 수저 올린다음 쌈장 듬뿍~ "쌉싸름하고 향긋한 머위가 입맛을 살려요" "오들오들 보리쌀이 입안에서 팡팡~, 그냥 찬물에 말아 풋고추를 된장 찍어 먹어도 좋겠어요." 보리밥에 강된장을 쓱쓱 비벼 크게 한입~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라고 하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가을에 심어 추운 겨울을 나고 초여름에 거두는 보리는 여름에 가까이 해야 할 음식이다. 오돌 도톨 씹히는 보리밥에 구수한 된장 쌈장을 푸짐하게 얹어서 좋은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고 싶은 절기, 망종(芒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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