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을 보내며

2017.06.22 17:10:34

정완영

청주 상당경찰서 용암지구대 경위

신록의 계절을 보내고 녹음이 더해지는 계절 6월을 맞았다.

만물의 새싹이 연둣빛을 띄며 싱그러운 얼굴을 내밀 때가 엊그제 같은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청춘의 햇살처럼 초록을 더해가는 녹음의 계절이다.

짧은 시간에 마주한 신록의 아름다움이란 그야말로 말로는 형용이 안 될 정도로 무엇에도 견줄 데가 없다.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초록일지라도 그 아름다움은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않으며 무엇과도 비유할 수 없는 싱그러움이 있다.

이처럼 섭리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마주할 때면 학창 시절 읽었던 피천득 선생의 '신록예찬'이 떠오른다.

물기를 머금고 가지마다 새순을 내미는 나무들의 축제가 시작되면 온통 새싹으로 물든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이내 앞을 다퉈 내기라도 하듯 초록은 푸르름을 더해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저마다 제 나름의 청춘을 즐기는 것 또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한다.

온통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하늘을 올려다 볼 때면 산이나 바다로 홀연히 떠나고픈 상념에 빠져든다. 마치 인생의 청춘기를 찾아 나서는 마음으로.

따뜻한 봄바람에 익어가는 매실 향이 새콤달콤하게 느껴진다. 아카시아 꽃향기가 코끝을 스치면 나는 잠시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함께 뜀박질하던 친구들. 지금에 와 그 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린 아이는 온데간데없고 훌쩍 커버린 어른의 모습으로 어느새 중년이 돼 있다. 어린 시절 함께 뛰놀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온몸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청춘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2002년 월드컵에서 보여준 붉은 악마들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 '어게인 코리아 2002', '꿈은 이뤄진다'를 목 놓아 외쳤던 함성이 아직도 메아리처럼 귓가를 맴돈다. 붉은 티셔츠의 청년들은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파도타기 물결로 장관을 이뤘다.

피 끓는 함성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정의를 부르짖으며 광범위한 시민들의 참여 속에 이뤄진 5·18 민주화운동이다.

그토록 자유를 갈구하며 민주주의를 외치던 피 끓는 청춘들이 있었기에 그 5월의 외침은 촛불로 승화해 당시의 청년들 기상에 못지않은 외침으로 되살아났다.

신록의 계절을 인생에 비유하면 청춘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부푼 꿈을 안고 삶의 이정표를 세워가며 새로운 설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충전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신록의 계절은 계절적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가장 싱그럽고 초록이 풋풋하게 오르며 생동감이 넘쳐흐르는 때라 그런 표현을 한 것이 아닌가 한다.

녹음의 계절은 초록을 더하는 계절이다. 풋풋한 초록에서 이젠 더 진한 초록으로 한 발 더 나아가는 시기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만 풍성하고 실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인생의 노하우를 거름삼아 실한 열매를 맺는데 열정을 다하는 시간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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