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밥' 우리시대의 슬픈 자화상

2017.07.05 18:02:33

김다행

청주시 금천동 주민센터 주무관

'내가 혼술을 하는 이유는 힘든 일상을 꿋꿋이 버티기 위해서다. 누군가와 잔을 나누기에도 버거운 하루. 쉽게 인정하기 힘든 현실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주문과도 같은 것. 힘든 현실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주문과도 같은 것.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렇게 혼술을 한다.'

작년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드라마 '혼술남녀'의 주인공이 했던 내레이션이다. 이 드라마는 '혼자 마시는 술(혼술)', '혼자 먹는 밥(혼밥)' 등의 트렌드를 집중 조명했고 젊은 청춘들의 공감을 얻어 종영까지 쭉 인기를 끌었다.

현재 우리는 혼밥, 혼술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 여기던 나라이다. 오래전 농경시대부터 전해오던 향약, 두레, 품앗이 등 고유의 풍습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소속과 집단을 중시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의 특징은 언어인 한글에서도 나타난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영어권 나라들의 단어가 '나(I)'를 주체로 '나의 가족(my family)', '나의 엄마(my mom)' 등으로 표현 하는 반면 한글을 '우리(we)'라는 개념을 중시하여 '우리가족', '우리엄마' 등 우리를 주체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동체 의식을 중시 여겼던 우리나라에 오늘날 혼술, 혼밥의 열풍이 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주변에도 혼밥, 혼술을 즐기며 나홀로 족을 자처하는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은 혼밥, 혼술 뿐 아니라 홀로 떠나는 해외여행도 서슴지 않는다. 이유는 '사회생활을 위한 필연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나머지 혼자만의 자유가 좋아서' 혹은 '친구를 만나거나 애인을 만나는 것, 결혼을 하고 집을 사고 출산을 하는 것도 결국은 돈이 있어야 가능한데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서'이다.과거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보며 소위 '궁상을 떤다'며 혀를 찼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버렸다. 기업에서는 이러한 나홀로 족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우후죽순 쏟아내고 있는 지경이니 말이다.

혼밥족, 혼술족은 단순한 시대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헬조선'으로 표현되는 팍팍한 우리네 현실, 즉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지독한 취업난의 결과가 낳은 기이한 사회현상이 낳은 슬픈 우리의 자화상인 것이다.

하루 빨리 나홀로 족들이 자발적인 고립에서 벗어나 우리의 품으로 돌아와 우리 민족 고유의 공동체 의식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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