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만들 고민해야

2017.06.29 13:54:39

[충북일보] 개천에서 '용'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공동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저소득 가정에서 명문대 입학은 그저 그림의 떡이다. 산골 출신 젊은이의 사법고시 합격 소식도 듣기 어려워졌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개천에서 용 출현은 꿈이 아니었다. 있거나 없거나 출발선이 그래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경계가 분명하다. '금수저'와 '흙수저'의 차이가 너무나 뚜렷하다.

현대판 신분 세습은 분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선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양질의 사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 졸업 후엔 돈 많이 받는 대기업에 취직하게 된다. 부자 부모에 부자 아들이 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아이들은 아주 다르다. 좋은 대학에도 가지 못하고 부모의 가난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당연히 좋은 기업에도 취업하지 못해 가난 탈출이 어렵다. 지방으로 갈수록, 가난할수록 사교육으로부터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수시모집을 앞두고 '개천의 용' 이야기가 다시 나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자조 섞인 푸념이 확산되고 있다. 부모의 소득격차가 자녀들의 성공을 좌우하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다. 입시철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현행 대학의 입시제도는 '흙수저' 보다는 '금수저'를 원하고 있다. 흙수저의 신분상승 수단으로 여겨졌던 사법고시도 폐지된다. 로스쿨 제도로 변하면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많은 흙수저들이 꿈을 포기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이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최소한 교육기회 불평등 문제만이라도 해결되길 소망한다. 그래야 개천에서 다시 용이 나는 시대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그게 건전 사회로 복귀다.

물론 개천을 없애고 용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결국 기회의 평등을 최대한 실현하자는 의견이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용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는 기회만큼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기회의 공정은 정의로운 사회의 최소 필요조건이다. 기회균등에 대해 누구나 동의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기회가 공정한 사회다. 노력과 능력에 따라 스스로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사회다. 다시 말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사회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점차 그런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부모들은 내 자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절망하고 있다. 자식들은 절망감으로 사회에 대한 한없는 증오심을 키우고 있다. 가난한 아버지에게 가난함을 대물림한 가난한 아들의 자연스러운 증오심이다.

'흙수저'나 '7포세대' 등 신조어의 등장은 많은 걸 상징한다. 우선 젊은이들의 자포자기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미래를 맡을 젊은이들이 희망보다 포기를 먼저 배운 셈이다.

개천에서 용이 많이 나와야 한다. 하루 빨리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식도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 중엔 당연하지 않는 게 너무 많다. 그런 게 지금까지 정당화 돼온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먼저 교육격차에 의한 학벌이 사회적 성공의 잣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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