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육아법 단동십훈

2017.07.03 14:10:41

이찬재

수필가·사회교육강사

한국의 전통 육아법으로 아기를 어르는 방법을 단동십훈(檀童十訓)이라 한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지암지암(잼잼)', '짝자쿵(작작궁)' 등의 놀이로 아기의 인지를 발달시키는 놀이동작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신세대 엄마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 동작은 아기의 운동 기능과 뇌신경 발달을 돕고 소근육의 발달을 촉진하는 과학적인 놀이라 할 수 있다. 단동십훈을 통해 아기는 걸음마 연습, 주먹 쥐기, 손바닥 찧기, 고개 흔들기, 손뼉 치고 춤추기 등을 배운다. 부르는 음에도 깊은 뜻이 담겨있는데 도리도리는 고개를 좌우로 살피면서 만물의 이치와 사람 된 도리(道里)를 알라는 뜻이다. 단동십훈은 고유어 같지만 원래 한자어인데 편한 음으로 불리어졌다. 아기의 허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면서 '불아불아(弗亞弗亞)'하는 동작을 한다. '불(弗)'이란 기운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고 '아(亞)'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형상이다. 기운이 순환하여 무궁무진한 생명력의 발현인 아이의 자기 존중심을 키우려고 사람이 스스로를 살게 만드는 힘의 근원임을 가르치는 동작이다. 사람의 형체와 마음은 태극에서 받았고, 기맥은 하늘에서 받았으며, 신체는 지형에서 받은 것이므로 아이의 한 몸이 작은 우주이다. 우주를 몸에 모신 것이니 매사에 조심하고 하늘의 뜻,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라는 의미에서 아이가 앉아 몸을 앞뒤로 끄덕이게 하는 것을 시상시상(侍想侍想)이라 하는데, 조상과 그 이전의 조물주의 뜻을 따르며 어른을 공경하라는 의미가 있다. 그만큼 몸을 귀히 여겨 함부로 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있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듯 이리저리 생각해 하늘의 이치와 천지 만물의 도리를 깨치라는 것이 도리도리(道理道理)이다. 오른손 집게손가락으로 왼쪽 손바닥을 찍는 시늉을 하며 '땅=곤(坤)'의 의미를 깨달게 하는 것이 곤지곤지(坤地坤地)이다.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쥘 줄 알았으면 놓을 줄도 알라"는 깨달음을 은연중에 가르치는 것이 잼잼(持闇持闇)이다. 손이 간신히 들어갈 만큼 가는 병목을 가진 병 속에 든 쌀을 한 줌 손에 쥐고 빼내려면 다시 쥔 것을 내려놓지 않고선 결코 손을 뺄 수 없는 법, 결국 쥔다고 다 내 것이 아님을 알리는 교훈이 들어있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 굳건히 살라는 뜻에서 아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 세우는 시늉을 하는 것을 섬마섬마(西摩西摩)라 한다. 아이가 해서는 안 될 것을 이를 때 하는 말로, 커서도 일함에 도리와 어긋남이 없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 어비어비(業非業非)이다. 손바닥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는 것으로, 두 손을 모아 입을 막은 '亞'자의 모양처럼 입조심 하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 아함아함(亞含亞含)이다. 음양의 결합, 천지의 조화 속에 흥을 돋우라는 뜻에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며 박수를 치는 것이 짝짜꿍 짝짜꿍(作作弓 作作弓)이다. 아이의 팔을 잡고 영과 육이 고루 잘 자라도록 기원하고 축복하며 함께 춤추는 모습을 하며 질라라비 휠휠(支娜阿備 活活議)이라 한다. 결국 천지자연의 모든 이치를 담고 지기를 받은 몸이 잘 자라나서 작궁무(作弓舞)를 추며 즐겁게 살라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단순한 놀이 속에 세상의 지혜를 담아 전해온 전통 육아법의 이치를 알고, 전통놀이 10가지를 꼽은 이유는 숫자 10은'완성'이나'결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육아법은 많은 장난감을 사주는데, 우리조상들은 맨손으로 하는 놀이동작에 지혜를 담아 부모와 교감하면서 신체를 접촉하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단군 이래 왕족들의 아기 교육법이라 하니 우리 전통육아법을 널리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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