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은 폭로… 일반인은 '벙어리 냉가슴'

조민기 죽음 후 마녀사냥 논란
靑 게시판 '반대' 청원글 등장
"미투 남 얘기" 고백 움츠러 들어

2018.03.12 18:30:40

[충북일보] 배우 조민기씨의 죽음 이후 '미투 운동(#MeToo)'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일반인들의 미투 운동은 더욱 움츠러 드는 모양새다.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며 일반인들도 잇따라 자신의 성폭력, 성추행 등 경험을 털어놓는 분위기였지만 이마저도 '마녀사냥' 논란이 계속되며 사그러들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반인들의 미투 운동은 유명인사들과 달리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데다, 실제 가해자의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워 폭로 후 2, 3차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현재 일반인 미투는 대부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익명이 보장되는 각 대학의 페이스북(Facebook) 페이지 '대나무숲'이 가장 활발하다.

지난 2월 말에는 미투 전용 페이지인 '미투 대나무숲'이 개설 됐으며, 도내에는 청주 페미니스트 페이지 '청페미'에서 피해사례 제보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글들은 피해자의 신분과 정체는 공개되지만 가해자에 대한 정보는 숨겨져있다. 가해자의 이름 등 신분을 밝힐 경우 향후 2차 피해가 우려돼서다.

도내 금융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김모(32)씨는 "남자 직장 상사가 술자리에 손을 잡는 등 불쾌한 경험을 했지만 오히려 여성 동료들은 '별 것 아니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용기 내 고백해봤자 크게 달라지지 않고 괜히 직장에서 예민한 사람으로 낙인 찍힐까봐 미투를 주저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배우 조민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강화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놓고 미투 운동 자체에 대한 갑론을박까지 이어지고 있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확인한 결과, 조씨의 사망 이후 '미투운동의 변질이 우려된다.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30여 건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미투 운동으로) 친구나 동생 사이로 지냈던 사람들이 무차별적으로 '처형' 당하고 있다"며 "무죄가 밝혀지기 전까지 하지도 않은 성폭력을 한 걸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추행을 차단하겠다는 행동인 '펜스 룰'까지 남성의 문제라고 돌리는 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미투를 가장한 무차별적 인민재판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청원자는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에게도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가릴 권리가 주어진다"며 "이런 식의 미투 운동은 멈춰져야 하며 법치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반인 여성들은 미투를 꺼리는 것은 물론 미투 운동이 결국 자신들과 동 떨어진 유명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에 도내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조민기씨의 죽음 이후, 미투 운동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이는 미투 운동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미투가 우리 사회를 평등하게 만드는 과정의 일환인 만큼 여성들이 멈추지 않고 더욱 용기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일반인들은 유명인과 달리 현실적으로 가해자들의 처벌 과정이 까다롭고 오히려 2, 3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며 "신분 노출은 최소화하면서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내 여성 기관들을 찾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 강병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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